압구정 도산공원 킨톤라멘

 압구정 인근의 라멘집이 하나둘 문을 닫고 난 후 이 화려한 식도락의 거리에 발 붙일 곳은 없다고 생각한 나는 라멘이 땡길 땐 신논현의 울트라멘이나 멘야산다이메까지 갈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친구의 스드메를 구경하다 라멘이 급히 땡겨 주변 검색을 하다가 킨톤라멘이라는 곳을 발견! 청담 아오리라멘 빼곤 딱히 근처에 라멘집이 보이지 않아 방문하게 되었다.

그런데!!!! 길거리에서 눈에 딱 띄어야 할 라멘집이 잘 보이지 않는다.. 으.. 그렇다. 도산공원 근처의 여느 고급 레스토랑처럼 간판도 최소화하고 지하에 쏙 숨어있는 것이다.  

안돼요!!!!!!!! 라멘집은 자고로 김이 모락모락 나는 라멘그릇과 꼬릿한 돼지육수 냄새에 이끌려 들어가야만 하는 곳인데 이게 뭔가요..ㅠㅠ

 거리에서 간판이 보이지 않으니, 이 노란 돼지만 따라서 지하로 내려가야 한다. 다음맵 켜놓고선 주위를 한참 두리번거리다가 찾았다.

이렇게 접근성이 좋지 않으니 홍보가 잘 되었을 리가 없다. 넓은 홀엔 고급스러운 빈자리(?)만 가득... 메뉴는 진짜 보기 힘든 구닥다리 코팅지.. 나는 14.9천 원의 라멘+살몬동 (사케동이라고 보통 쓰지 않나?-_-)을 골랐다.

이치란처럼 라멘을 입맛에 맞게 주문할 수 있는데, 나는 두꺼운 면과 진한 육수를 골랐다. 개인적으로 돈코츠 라멘에 얇은 면을 쓰면 설렁탕집 온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수많은 블로그에서 차슈가 너무 딱딱하고 질기다고 했는데, 개선이 많이 됐는지 내 차슈는 매우 부드럽고 만족스러웠다. 엉뚱하게 타마고가 에러... 라멘집 타마고를 숟가락으로 갈랐을 때 이렇게 단단한 노른자가 나온 건 처음이었다...-_-;;

육수는 꽤 만족스러웠다. 승리 라멘집으로 유명한 아오리의 행방불명 라멘과 비슷한 육수. 하지만 굵은 면을 주문할 수 있기 때문에 이 동네에선 이제 킨톤라멘을 주저하지 않고 고르기로 했다.

같이 나온 살몬동(사케동). 한국의 라멘집에서 나오는 돈부리는 보통 한국 전기밥솥에서 나온 가정식 떡밥 느낌이 나는데, 여기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인스타에 사진을 올리고 직원에게 보여주면 이렇게 후식 아이스크림을 주는데, 상당히 괜찮았다. 저기 갈색 소스가 간장 소스인 것 같은데, 단짠의 조화가 훌륭했고, 바닐라 아이스크림인 줄 알았던 저 두 덩이는 쌀알이 씹히는 라이스 아이스크림이었다.

도산공원 말고도 삼성, 홍대, 대학로에도 지점이 있으니 가까운 곳을 찾아가면 되겠다.

한 가지 아쉬웠던 점. 직원들이 쉴 새 없이 개인적인 얘기를 하며 떠들어대는 통에 음식에 집중하기 어려웠다. 여자친구와 싸운 얘기, 새로 온 알바 얘기.... 친구끼리나 할 법한 얘기를 계속 하면서 음식을 만드는데, 굉장히 신경 쓰였다. 혹시 이 글을 보신다면, 그런 얘기는 사람 없을 때, 혹은 퇴근하고 하셨으면 좋겠어요!!

위치 : 도산공원 인근에서 약간 헤메면 지하에 숨어있는 킨톤라멘을 찾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