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구(1) 성을 잃다
글 작성자: 니가사
반응형
만 8개월의 튼실한 ㅂㄹ.... 으흥...야으흥... 에부웅~ 정도의 요상한 소리를 내며 돌아다니는 살구를 보고 나는 직감했다. 때가 왔음을...
그 옛날 우리네 부모님들께서 햄버거 사준다며 철부지 어린 아이들을 포경의 길로 이끌었듯, 방긋 웃는 얼굴로 살구를 이동장에 포개 넣고 병원으로 향했다. 3차에 걸친 접종 경험으로 이동장에 담기는 날엔 아픔이 따른다는 것을 알았는지 계속해서 이동장 안에서 낑낑대던데, 오늘은 니 성을 잃는 날이다. 요놈아.
12시에 병원에 살구를 맡기고 3시 반쯤 데리러 갔는데... 애가 뭔가 잔뜩 날이 서있다. 병원에서만 볼 수 있는 하악질에, 생전 처음보는 솜방망이 어택까지... 정신이 반쯤 나간 것 같은 신기한 모습이다.
그래서 사진에 담아놨다.....
너의 공격적인 모습. 역시 남자다잉~~~~~~이 아니라. 이제 중성이네.
집에 와서 이동장을 열어주니, 그제서야 정신을 차렸는지 다시 온순 모드로 돌변... 너무나도 축 쳐진 모습에 맘 속으로 눈물 한 바가지 ㅠ.ㅠ 얼굴은 왜 또 이렇게 꾀죄죄해졌는지..
상처 핥지 말라고 넥카라를 씌워줬는데 아주 난리 부르스를 춘다. 진짜 안타깝다. 누군가 나한테 저런 걸 채워주면 진짜 환장할 것이다. 기필코... 120%의 확률로 말이다...
영광의 상처.. 빨리 아물기를..
열심히 넥카라를 처치하려고 발버둥을 치다 시원한 바닥에 누워 눈만 꿈뻑꿈뻑하더니 잠에 들었다. 고생 많았어. 더 잘해줄게...
반응형
'집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무슨 생각 하니 (0) | 2020.10.12 |
---|---|
8월의 살구 (0) | 2020.08.30 |
고양이를 위한 견문(犬門)을 설치했다 (2) | 2020.08.15 |
고양이의 삶 (2) | 2020.05.17 |
발 치워 (0) | 2020.05.11 |
이 구역의 파괴자는 나야 나 (1) | 2020.05.05 |
일어나 밥 먹자 (0) | 2020.05.03 |
가끔은 네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있었으면 좋겠다 (0) | 2020.04.27 |
으이구 이 쫄보2 (0) | 2020.04.16 |
쥐성애자 (0) | 2020.04.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