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 566라멘. 남자의 라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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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시간 땡! 하자마자 따릉이에 몸을 싣고 궁뎅이를 살랑살랑거리면서 도착한 곳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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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저히 맛집이 아닐 수 없을 것만 같은 아우라의 566라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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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득한 돼지 부산물이 골고루 코팅되어있는 듯한 분위기의 어두 칙칙한 바 테이블. 그리고 어김없이 코를 찔러오는 꼬릿 한 돼지 냄새. 바로 옆 테이블에서 돼지가 뀌이잉 거리면서 돌아다녀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날것의 그 냄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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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에는 90년대 감성의 일본 잡지가 가득 붙어있고, 파워레인저가 출동할 때 흘러나올법한 비장한 느낌의 일본 노래가 흘러나온다.
가사는 잘 모르겠지만, ‘도전해봐 어서 달려들어 강력히 흡입해보라구!’ 따위로 해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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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고의 시간 끝에 등장한 라멘. 굉장히 터프하고 풍성한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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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나 터프하게 다져낸 마늘, 그리고 돼지비계. 어떤 마늘 친구는 거의 알사탕만 한 크기로 나를 위협했는데 오히려 씹는 맛도 있고 괜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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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은 내가 좋아하는 굵고 거무칙칙하고 적당히 꼬들꼬들한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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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물을 적당히 버무리고 있을 때 남자 두 명이 가게로 들어와 주문을 하면서 ‘면하고 숙주는 절반만 주세요’라고 하는 것을 들었다.
‘아니 무슨 라멘집에서 소식이야 건장한 아저씨들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버무리고 있는 젓가락의 묵직함을 느낄 때쯤
‘아. 이거 다 못 먹을 수도 있겠다’ 싶은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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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몇 젓가락 해치우고 난 후에 추가로 시킨 밥은 손도 못 대고 끝나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여기, 진짜 양이 어마어마하다. 라멘집에서 라멘 기본 사이즈 하나만 먹고 배부른 적이 없었는데, 566라멘은 한 그릇 다 비우고 나니 라면 2봉에 밥 말아먹은 느낌이었다.
수북이 쌓인 숙주 아래에는 한없이 좁아지는 그릇 사이에 면이 애기 주먹만큼 숨어있기 마련인데, 여기는 무슨 마동석 주먹만 한 면 덩어리가 한가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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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멘 맛을 얘기하자면, 사진에서 보이는 농후한 느낌과는 약간 거리가 멀었다. 기름기와 짠맛이 어우러져 묵직한 맛일 것 같았는데, 그 맛들이 따로 노는듯한 느낌이다. 분명 포털 리뷰에는 너무 짜다는 얘기가 많았는데 리뷰를 반영해서 수프 농도를 바꿨는지 그리 짜지도 않았다. 가게 안을 가득 채운 돼지 냄새가 무색하게도 감칠맛도 내 기준엔 부족했다.
물론 가게를 들어서며 세운 내 기대치와는 다른 느낌을 느꼈다는 말이지 결코 라멘 클래스가 낮다는 말은 아니다. 아낌없는 고명과 부들부들 야들야들한 차슈, 넉넉한 면과 일본 여행을 온 것 같은 가게 분위기… 꿈꿈 한 돼지 맛이 느껴지는 라멘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기분 좋게, 그리고 배 터지게 즐길 수 있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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