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 스페인광장 화보촬영을 진짜 결혼식으로 착각한 날
로마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로마 여행 2일째…. 햇살은 쨍쨍 내리쬐었고 관광객이 시즌을 맞이하여 엄청나게 몰리는 때였죠. 하루에 젤라또를 4개씩 먹고 다니면서 여행한 날이었답니다. 판테온을 구경하고 이리저리 떠돌다가 스페인광장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엄청난 인파가 모여있는 로마의 명소죠.
앞의 분수에서 더위를 식히고 계단에 앉아있는데 아리따운 선남선녀가 계단 한가운데에서 내려왔습니다. 그리고선 그 수많은 인파 속에서 친구들이 사진을 막 찍어주고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었습니다.
아…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저렇게 행복한 시간을 즐길 수가 있다니…여..역시 개방적인 영혼들이다…
저는 이렇게 온갖 의미를 주입하며 나름 상상의 날개를 펼치고 있었죠. 친구들도 자연스럽게 사진을 찍고, 주변 사람도 웃으면서 다들 구경하고… 정말 그들은 이 어지럽디 어지러운 스페인광장에 자연스럽게 녹아들고 있었습니다. 때문에 저도 입을 떡벌리고 찰칵찰칵 셔터를 날렸습니다. 하지만 거의 대부분이 똑딱이나 핸드폰을 들고 촬영을 하고 있었는데 저는 정신줄을 놓고 그들이 걸어가는 동선 바로 앞을 떡하니 막고 계속 셔터를 날렸습니다.
신부와 신부 친구들로 보이는 여자들이 저를 보고 막 웃는 그 순간…. 뭔가 이상하다 싶어서 주위를 둘러보니…… 매니져로 보이는 떡대들과 코디네이터로 보이는 여자들…(아까 신부 친구로 착각한 사람들) … 촬영 디렉터 등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ㅠㅠ
네 그랬습니다. 이건 잡지 화보촬영이었던 겁니다… 뭐..실성한 동양인 하나가 길을 막 막고 찍으니 웃겨보였겠죠 ㅠㅠ 이게 화보촬영인 것을 미리 알았다면 그냥 멀찌감치 서서 한두방 찍었을텐데, 진짜 결혼을 하는 커플이 이러고 있다는 생각을 하니 너무 감동적이어서 계속 오바하면서 사진기자처럼 찍고 있었거든요~ 사실 그 때는 7월 초, 방학을 하기 전이어서 그런지 동양인 관광객들도 별로 없었답니다.
## 뻘쭘한 마음을 한가득 안고 바로 앞에 구찌매장을 구경하러 들어갔는데 매장 직원이 쓰레빠 차림인 저를 그냥 쫓아냈던.. 그날입니다 ㅠㅠㅠㅠㅠㅠ
파리 몽마르뜨 언덕에서 본 화보촬영입니다. 유명한 모델인 듯, 사람들이 싸인을 받고 난리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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