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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카 렌즈 선택 고민, 35mm vs 50mm 승자는?(feat. APO 50mm)

  • 2026.01.24 12:37
  • 사진
글 작성자: 니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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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카 M 시스템에 입문할 때 흔히 듣는 공식이 있다. '풍경과 스냅은 존포커싱을 적극 활용하여 28mm나 35mm로,  인물은 50mm로'라는 공식이다. 나 또한 라이카 M11에 제일 먼저 35mm 렌즈를 물려 거리로 나갔다. 처음에는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을 담을 수 있어 시원시원하다고 느꼈다. 역시 35mm가 편하긴 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사진이 어딘가 산만하고, 주제가 명확하지 않으며, 심지어 '재미없다'는 느낌을 받기 시작했다.

그리고 집에 와서 라이트룸을 실행하고 거의 모든 사진에 크롭을 검토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아.. 드디어 때가 왔구나... APO Summicrion 50mm을 들일 때가..'

 

 

바디 값을 훌쩍 뛰어넘는 사악한 가격의 렌즈라서 상당한 레벨의 자기 합리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특히 나처럼 인물 사진 비중이 적은 사람에게도 50mm를 들여야 한다는 필연적 사상을 주입시키려면
무척이나 체계적인 합리화가 필요하다.

 

 

자, 시작해보자.

 

 

인물 사진을 찍지 않더라도, 오로지 거리 사진(Street Photography)만을 위해서라도 50mm는 35mm보다 훨씬 매력적이고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다. 왜 당신의 라이카 M11에 지금 당장 50mm 렌즈가 필요한지, 그 필연적인 이유를 정리한다.

1. 35mm는 '더하기'의 미학, 50mm는 '빼기'의 미학

당신이 35mm 사진을 찍으며 재미없다고 느끼는 핵심적인 이유는 프레임 안에 '너무 많은 정보'가 담기기 때문이다. 35mm는 광각에 속하는 화각이다. 주 피사체뿐만 아니라 그 주변의 배경, 행인, 간판, 도로의 상황까지 모든 것이 한 장에 담긴다. 이것은 장점이기도 하지만, 반대로 말하면 사진가가 통제해야 할 변수가 너무 많다는 뜻이다.

배경이 지저분하거나 빛이 완벽하지 않은 상황에서 35mm는 주제를 흐리기 쉽다. 사진을 보는 사람의 시선이 어디에 머물러야 할지 모르게 만든다. 이것이 바로 당신이 느낀 '집중하지 못하는 느낌'의 실체다.

반면, '50mm'는 철저한 '빼기'의 화각이다. 50mm를 마운트하고 뷰파인더를 보면, 35mm로 보던 세상의 절반 가까이가 잘려 나간다. 처음에는 답답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제약이 오히려 사진의 밀도를 높인다. 불필요한 배경, 지저분한 요소들을 프레임 밖으로 과감히 밀어내고, 오로지 내가 보여주고 싶은 '핵심'만 남기게 된다. 거리에서 마주친 독특한 피사체, 빛이 떨어지는 찰나의 순간에 온전히 집중하게 만드는 힘, 그것이 50mm가 주는 재미다.

 

2. 거리 사진의 본질은 '구성'과 '기하학'이다

인물 사진을 찍지 않는다고 해서 50mm가 필요 없다는 것은 큰 오해다. 오히려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을 비롯한 수많은 거장이 50mm를 고집했던 이유는 이 화각이 가진 '기하학적 정돈감' 때문이다.

35mm 렌즈는 원근감이 과장된다. 가까운 것은 더 크게, 먼 것은 더 작게 보이면서 피사체의 형태가 미세하게 왜곡된다. 거대한 풍경을 담을 때는 웅장함을 주지만, 거리의 정적인 사물이나 건축적 패턴, 그림자를 담을 때는 그 왜곡이 오히려 산만함을 준다.

하지만 50mm는 인간의 눈이 집중했을 때 보는 시각과 가장 유사하다. 왜곡이 거의 없는 이 화각은 거리의 선, 면, 그리고 빛과 그림자의 대비를 아주 담백하고 정직하게 담아낸다. 복잡한 거리에서 질서 정연한 프레임을 구성하고 싶다면, 혹은 피사체의 조형미를 살린 스트릿 포토를 찍고 싶다면 50mm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당신의 M11이 가진 6000만 화소의 디테일은 35mm의 넓은 풍경보다 50mm의 압축된 프레임 안에서 더욱 빛을 발할 것이다.

3. 피사체와의 '심리적 거리'와 몰입감

스트릿 포토그래퍼에게 35mm는 때로 너무 가혹한 거리를 요구한다. 프레임을 채우기 위해 피사체에게 과도하게 다가가야 하고, 이는 촬영자나 피사체 모두에게 부담을 줄 수 있다. 반대로 멀리서 찍으면 주제가 배경에 묻혀버린다.

50mm는 적당한 '물리적 거리'를 유지하면서도, 사진 속에서는 충분한 '심리적 밀착감'을 만들어낸다. 길 건너편의 상황, 혹은 3~5미터 전방의 장면을 포착할 때 50mm는 마치 바로 앞에서 본 듯한 생생함을 전달한다. 이것은 배경 흐림(보케) 효과와도 연결된다.

풍경 위주의 35mm 렌즈는 조리개를 아무리 개방해도 드라마틱한 심도 표현에 한계가 있다. 하지만 50mm 렌즈는 F2.0 정도만 되어도 주 피사체를 배경에서 확실하게 분리해 준다. 인물이 아니더라도, 거리의 낡은 소화전, 카페 창가에 놓인 컵, 길고양이를 찍을 때 배경을 부드럽게 정리하여 주제를 팝업(Pop-up) 시키는 능력은 사진의 퀄리티를 한 단계 끌어올린다. M11의 뛰어난 계조 표현력과 50mm의 심도 표현이 만나면, 평범한 거리 풍경도 영화의 한 장면처럼 변모한다.

4. 라이카 M11이라서 가능한 50mm의 확장성

당신이 사용하는 바디가 '라이카 M11'이라는 점은 50mm 선택에 더 큰 힘을 실어준다. M11은 고화소 바디다. 50mm로 촬영한 뒤 필요하다면 크롭을 통해 75mm나 90mm의 망원 느낌까지 낼 수 있다. 즉, 50mm 렌즈 하나로 표준 화각과 준망원 영역의 스트릿 포토를 모두 커버할 수 있다는 뜻이다.

물론 이는 35mm로 찍고도 50mm 특유의 느낌을 흉내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하지만 산만한 정보들이 담긴 35mm 원본을 재료로 하는 것에 비해 50mm 원본은 이미 주제가 강조된 상태이므로, 여기서 더 들어가는 크롭은 디테일을 해치지 않으면서 주제를 더욱 부각하는 훌륭한 후보정 수단이 된다.(너무 억지스러워도 흐린 눈 해주시라.... 지름신을 영접하는 중이니까....)

 


 

결론: 이제는 '넓게' 보지 말고 '깊게' 볼 시간

35mm가 보여주는 세상이 넓고 시원하다면, 50mm가 보여주는 세상은 깊고 진하다. 당신이 사진을 찍으며 느끼는 지루함은 세상이 재미없어서가 아니라, 너무 많은 것을 한 번에 담으려다 보니 정작 무엇을 보고 있는지 잊어버렸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인물 촬영 빈도가 낮다는 것은 50mm를 쓰지 않을 이유가 되지 않는다. 오히려 복잡한 도심 속에서 나만의 시선을 정리하고, 피사체의 본질에 집중하는 스트릿 포토를 원한다면 50mm는 가장 강력한 도구다. 35mm 렌즈를 잠시 내려두고 50mm 렌즈를 마운트해 보자. 뷰파인더 속 프레임이 좁아진 만큼, 당신의 사진 깊이는 더 깊어질 것이다.

 

지금 당장 장터 매복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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