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쓰메 소세키(夏目漱石) 묘지 (조시가야 공동묘지)
이번 동경 여행은 호텔만 달랑 예약해두고 날아온 느낌이었지만, 나쓰메 소세키의 묘지를 다녀오겠다는 생각만은 확고했었다. <마음>,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도련님>, <그 후>, <문> 등으로 잘 알려진 일본의 국민작가 나쓰메 소세키는 한국 관광객들이 자주 찾는 이케부쿠로 역 근처 도쿄 도심 한가운데에 잠들어 있다. 나쓰메 소세키가 잠들어 있는 조시가야 공동묘지로 가는 법은 크게 세 가지가 있다.
1. 이케부쿠로 역에서 20분 정도 걸어서 가기
2. 이케부쿠로 역에서 후쿠토신선으로 환승해서 한 정거장 떨어져 있는 조시가야 역으로 가기
3. 도쿄에 유일하게 남은 노면전차인 도덴아라카와센을 타고 도덴 조시가야 역으로 가기
여러 루트가 있지만, 조시가야 공동묘지랑 가장 가깝기도 하고 점점 사라져 가는 노면전차를 타는 재미도 느낄 수 있는 3번을 강력 추천한다.
숙소가 있는 우에노역에서 출발! 관광객들이 자주 이용하는 JR 야마노테센 기준이니 많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서울 지하철 2호선처럼 초록색의 순환 노선인 JR 야마노테센을 타고 오쓰카 역에 내린다
관광지의 역보다는 다소 작은 규모의 역이라 도덴 아라카와센 표지판이 바로 보일 것이다.
Toden Arakawa Line 화살표만 따라가면,
코앞에 바로 이렇게 도덴 아라카와센 오쓰카에키마에 역이 붙어있다.
조시가야 공동묘지가 있는 도덴 조시가야역으로 가려면 반대 방향으로 가야 하니 철길 건널목으로 건너 넘어가면 된다.
잘 모르겠으면 플랫폼에 붙어있는 역 안내판을 보면 된다. 오쓰카 에키마에 역에서 세 정거장 떨어진 도덴 조시가야 역이다.
1량짜리 작은 전차이고, 파스모나 스이카 카드로 이용할 수 있다. 가격은 잘 기억이 안 나지만 200엔 언더였다.
말이 열차지 버스 느낌이다. 기사님이 악셀과 브레이크를 밟는 느낌이 버스의 그것과 너무나도 비슷하다. 심지어 차량 교차로에서도 열차의 프리패스를 기대하면 안 된다. 신호도 같이 기다려야 한다.
드디어 도착! 노면전차인 만큼 역이 저렇게 '아무 곳에나 있는 느낌' 이다..
역에서 내리면 바로 왼쪽에 이렇게 공동묘지가 보인다. 정말 바로 코앞에 붙어있다.
비싼 도쿄 땅에 이렇게 상당한 규모의 공동묘지가 자리하고 있다. 현지인의 말을 들어보니, 묘지에 자리가 이제 거의 없고, 자리하고 있던 묘지도 다른 곳으로 많이 이전했다고 한다.
나쓰메소세키의 묘지는 1-14-2 라인에 있다. 역에서 내리면 우측 하단의 1-1, 1-2 라인으로 진입하게 되니 천천히 공원 산책하듯 여유를 즐기며 찾아가면 된다.
아주 오래되어 보이는 묘에서부터, 사진의 깨끗한 묘까지.. 묘의 모양과 배치를 천천히 관찰하며 걸어가다가 문득 최근에 돌아가신 삼촌 생각에 한동안 잠겼다.
내 발길을 붙잡았던 아무개의 묘. 지금은 이 세상에 없는 누군가가 맥주를 좋아했고, 세상에 남은 누군가가 그 사실을 기억하고 그리워한다는 것. 얼마나 가슴 뭉클하고 멋진 일인가.
걷다 보니 1-14-2에 도착! 사실은 은서기님의 블로그(http://blog.naver.com/unikon/90035127145) 를 참고하고 1-14-1을 찾아 왔는데,
블로그에 있는 사진에서 본 1-14-1 말뚝이 사라졌다...
그래도 바로 옆에 1-14-2가 있고 그 골목으로 들어가야 묘지가 바로 보이니 참고하기 바란다.
나쓰메 소세키가 잠든 곳을 찾은 순간, 왠지 모를 복잡한 사로잡혀 한동안 묘비를 바라만 보고 있었다. 유명인이라고 지도에 특별히 표시를 해두었다거나, 많은 사람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거나, 자리가 특별히 넓고 화려하다거나 하지 않아 더욱 그런 차분한 시간을 가질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 했던가. 그의 육신은 이 세상에 없지만, 작품은 살아있는 사람들에게 끊임없이 영감을 주며 생명을 이어간다. 그리고 저 멀리 서울에서 그의 작품을 접한 이까지 이렇게 묘지로 찾아오게 만든다.
그의 작품을 접하여 비롯된 움직임으로 이렇게 묘지까지 찾아와 추모했고 거기에 덧붙여 인간의 삶과 죽음, 가족, 직장생활, 나의 과거와 미래까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에 빠져 30여 분 꼼짝하지 않고 서서 잠깐의 평화를 맛볼 수 있었다.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고, 길바닥에 붙은 껌딱지를 마주하는 것조차 운명의 일부분이다.
다시 반대로 걸어나와 평화로운 도덴 조시가야 역을 지나 이케부쿠로로 향한다.
역사의 향이 한껏 풍겨오는 선술집을 지나
AZUMA인지 AZUWA인지 기억이 잘 나지 않는 거리를 쭉 따라서 15분 정도 걸으면 이케부쿠로 역이다. 나쓰메 소세키를 좋아한다면, 숙소에서 일찍 나와 노면전차를 타고 묘지 참배를 하고, 적당히 걸어서 맛집과 멋집이 가득한 이케부쿠로 관광을 하는 끝내주는 코스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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