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북리더 크레마 카르타(Crema carta)

 인생은 지름의 연속이다. 돈이 있든없든 그냥 노력해서 지르고 안되면 기회를 엿봤다가 지르고 흥미가 사라지면 안질렀다가도 다시 불쑥 찾아온 지름신을 맞이하면 그냥 지르는거다. 

 백패킹 배낭에 무거운 책을 애써 쑤셔넣곤 제대로 읽지도 않고 온 어느 날, 가방에서 책을 꺼내며 문득 e북리더 지름신이 조용히 얼굴을 내밀었던 적이 있었는데, 엊그제 잠 들기 전 억지로 책을 부여잡고 있다가 책이 턱으로 낙하한 순간 슬슬 도망가던 지름신의 어깨를 잡아 채고 폭풍 검색을 시작했다. 그렇게 검색을 거쳐 최종 후보에 든 모델은 리디북스의 리디페이퍼와 크레마 카르타... 물리키 때문에 리디페이퍼에 잠시 혹하긴 했으나, 여러가지로 Yes24 유저에게는 크레마 카르타가 제일 좋다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퇴근 후 신논현으로 훌훌 날아가 크레마라운지를 방문해서 get! 온라인에서도 주문 가능했지만, 당장 만져보고 싶어 오프라인 매장을 선택했다. 이렇게 지름신은 내 안에 몰래 탑재되어있던 적극성을 이끌어 내준다.

 블로그를 둘러보면 크레마 카르타의 포장이 꽤나 고급지다고들 하던데.. 오우 노노!! 절대 그렇지 않다. 그냥 문방구 다이어리 포장지 뜯는듯한 단촐한 느낌이다.

 포장을 뜯으면 바로 고개를 내미는 크레마 카르타. 

 그렇다. 아이패드, 아이폰 등 애플의 포장 그 느낌이다.

 액정에서 눈을 향해 빛을 쏘아대는 기존의 액정과는 다른 e 잉크. 한 8년 전 쯤 대학교 수업에서 다루었던 개념인데, 이렇게 긴 시간을 보내고서야 직접 그 기능을 사용하게 되었다. 스스로 빛을 발하는 시스템이 아니라(물론 어두운 곳에서 볼 수 있도록 백라이트를 킬 수는 있다.) 눈이 피로하지 않고 배터리 소모도 적다. 페이지를 넘길 때 잉크를 재배열하는 그 순간만 전력을 사용하기 때문에 이렇게 종료된 화면에도 글자나 사진이 계속 표시될 수 있다.

6인치 화면으로 한 손에 딱 들어오는 크기. 무게도 가벼워 손에 들고 읽기에도 부담이 없고, 가방에 쏙 넣고다니도 좋다. 다만!! 설탕액정으로 유명한 만큼 충격에 주의해야 한다. 떨어뜨리는 것은 물론 조심해야 하며, 압력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깨지기 쉽다고 하니 가방 내용물들에 꽉 눌리게 방치하면 안되겠다. e북 까페에 가서 '액정' 이라고 검색을 해보면 어마어마한 액정파괴스토리들을 볼 수 있다.

 충전은 흔하디 흔한 마이크로 5핀. 

 전혀 고급스럽지 않은 박스는 그냥 쓰레기통으로 ㅋ.ㅋ

 대략적인 스펙. 리디 페이퍼를 쓰는 사람들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 루팅도 하고 한다던데.. 난 이제 슬슬 그런게 지겹다. 핸드폰 해킹이니 뭐니 그런 종목에 관심이 사라지는 것을 보니 나도 이제 아재 모드로 접어드는듯.. 흙흙.

 이 껍데기는 그냥 뜯고 쓰는 껍데기인데, 많은 사람들이 이 껍데기에 붙어있는 CREMA 글자를 아세톤 등으로 지우고 액정보호필름으로 쓰고 있다. 그런데 오우마이가뜨! 이런 뻑뻑한 재질 붙여놓고 e북을 사용하다니.. 필름 붙일거면 제대로 된거 사다 쓰고, 아니면 걍 쓰자!

 전원을 켜고 와이파이 연결 후 최신 펌웨어 업그레이드를 해준 다음, yes24와 에버노트 계정을 연결하고 회사 전자도서관도 연결하니 간단하게 세팅이 끝났다.

 함께 구입한 파우치. 많은 유저들이 카드형 플립케이스를  쓰던데... 나는 가방에 넣을 때 이리저리 긁히지만 않게 그냥 천 주머니같은거 구해서 쓰려고 했다. 그런데 크레마 카르타를 구입할 때 바로 옆에 디스플레이 되어있던 가죽 파우치가 깔끔하니 보기 좋아서 충동구매 했다.

 예전에 블랙베리 볼드9000과 함께했던 가죽파우치와 비슷한 느낌. 

 깔끔하다~ 천쪼가리 파우치의 운명을 운좋게 피해간 크레마 카르타. 

 만족스런 선명한 화면. (별 내용은 없지만) 짧은 사용매뉴얼을 훑어보고 백라이트 키는 법 정도는 알아두자.

 아이폰 6s 화면으로 힘겹게 읽던 회사 전자도서관 책을 크레마 카르타에서 펼쳐보니 훨씬 쾌적하다. 정말 사랑 해줄 것 같은 책은 앞으로도 종이책으로 읽겠지만, 자기 전이나 대중교통 이동시간에 심심풀이 땅콩으로 슥슥 읽어나갈 책들은 크레마 카르타로 읽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