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불같은 여름의 일상
거미줄이 가득한 블로그와는 달리
속 깊은 이야기를 털어놓는 일기장은 연일 상한가를 치고 있다.
15년여간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의 역할을 충실하게 해온 일기장이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는 셈이다.
털어놓을 일이 많아졌다는 건 내면의 굴곡이 더욱 뚜렷해졌다는 뜻이겠지.

똥꼬 발랄했던 살구도 이제 묘생의 청년기를 지나 중년에 접어들었다.
추우면 침대로 와서 앵기고, 더우면 집에서 가장 시원한 장소를 찾아 드러눕는다.
에어컨을 틀어놓고 외출해도 무더운 베란다에서 창 밖을 바라보며 사색에 잠기던 친구인데
요새는 이렇게 신발장 돌덩이 위에 누워 더위를 식힌다
아! 불같은 여름이다.


코스트코에 갔다가 주차하는데만 50분이 걸렸다.
찜통 같은 더위에, 얌체처럼 끼어드는 운전자들을 보니 더 열불이 터져서
되도록 앞의 교통상황을 신경 쓰지 않고
김건모의 노래를 틀어놓고 신나게 따라 불렀다.
막 콘서트를 마친 가수의 목상태로 코스트코에 입장해서 이것저것 집어 들고 나왔다.
코스트코의 교통난이 내 노래실력을 향상시켜주고 목건강을 적당히 해쳤다.

그리고 집에 돌아와서 팥빙수를 시켜서 시원하게 들이키고
고새 못 참고 설탕 폭탄 팥빙수를 시킨 나약한 나 자신을 호되게 꾸짖은 후
통통해진 배를 붙잡고 잠에 들었다.


집에 콕 박혀있고 싶던 토요일엔 무거운 몸을 이끌고 후배의 결혼식장에 갔다.
그리고 을밀대에서 거냉 민짜와 녹두전으로 텅텅 빈 위장을 혼내준 후,
더설에서 또다시 팥빙수를 들이키고
나약한 내 자신을 호되게 꾸짖는 일기를 쓴 후에
잠에 들었다.
이제 몇 번 더 꾸짖으면 팥빙수를 더 이상 시키지 않을 것 같다.
아마 가을바람이 불어올 즈음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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