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가을의 파리 스냅 (리코 GR3)
도저히 믿기 힘든 일이 드디어 나에게도 일어났다.
1주간의 여행을 끝마치자마자 집에 도착해서
기억이 휘발되기 전, 아직 감성이 촉촉한 상태에서 글을 썼는데,
거의 마지막 단계에서 살구가 통한의 PC 전원버튼을 시크하게 누르고선 유유히 사라졌다.
분노게이지 폭발과 함께 촉촉한 감성도 아주 많이 휘발됐지만,
다시금 자세를 고쳐 앉아 라이트버전으로 무심한 듯 시크하게 휘갈길까 한다....
흐린 날에 약한 포지티브필름 모드 + 무보정 + 리사이즈
파리지앵들의 발 공유자전거
파리지앵들의 입 Franprix
비 오는 주말, 바스티유 마켓
나도 이런 환경이었다면 밤낮없이 매일매일 열심히 뛰었을 거야
그렇게 날씬해졌을 거고
그렇게 건강하게 살고 있었을 테지
입이 떡 벌어지는 샹트샤펠의 스테인드글라스..
종교를 가진다는 게 무엇인지, 그 종교가 모시는 신은 어떤 존재인지.
분명 어느 실체에서 기인한 그 알지 못할 무언가가 발전하고 발전해서
그 옛날 이런 기가 막힌 공간을 만드는 힘이 되었을 거다.
누가 그러더라. '유럽 가니까 건물도 후지고 지하철도 후져.. 우리나라가 훨씬 선진국이야'
이봐 친구. 얘네는 우리가 짚신 신고 다닐 때 만들어서 그런 거란족이란다.
새 단장 중인 콩코드광장에서 상젤리제거리를 지나 개선문까지. 3만보를 찍었던 하루.
'아줌마 여기 사람들 왜 이렇게 화가 난 거예요?'라고 물으면 주먹이 날아올 것 같아
셔터만 호다닥 누르고 총총총 퇴청.
이 날씨에 바토무슈 타러 온 용감한 남자가 있다?
있다. 그리고 그 거대한 바토무슈를 전세 낸듯한 그는
의기양양한 모습으로(가끔 쏟아지는 비를 손바닥으로 막아가며) 유유히 센강을 휘젓고 다녔다고 한다.
헤프블리크 광장. 혈기왕성한 알제리 이주민들의 시끄러운 시위를 뒤로하고
체스 삼매경에 빠진 사람들.
세상 순수하고 자비 없는 안일함이 오히려 소매치기를 막는 최선의 방법인 걸까?
소매치기 초보인 나도 시도해 볼 법한 난이도 1짜리 가방지만, 끝까지 안전했다.
예술은 어렵다. 여자도 어렵다. 참 어려운 세상이다.
개일까 고양이일까 와이프일까
크리스마스를 준비하는 라파예트 백화점
그리고 옥상.
신호등이 없어도 물 흐르듯 유유히 진행되는 교통상황... 이라고 쓰고 있는데
여긴 신호등이 있는 곳이네. 큼큼..
스프레이처럼 내리는 비가 짜증나 아무 건물에나 들어가려던 순간 발견한 앙리까르띠에브레송.
아무리 재단 건물이어도 뭔가 볼 게 있겠지!! 하고 기쁜 마음으로 경보 속도로 접근했으나,
닫혀있었다고 합니다.....
앙리고 까르띠에고 스프레이고 뭐고 다 밉다 그냥
생마르탱 운하 주변. 파비앙이 고등학교 때부터 갔다던 빵집은 아주 훌륭했다.
빵과 비를 같이 섞어서 먹었다는 걸 감안해도 별 다섯 개 뿅뿅!
텅텅 빈 뤽상부르 공원 실화??
배가 빵빵한 상태여서 그런지 이게 더 진귀한 광경이 아닐까.. 하는 긍정모드로 찰칵!
'에밀리 파리에 가다'에서 에밀리가 사는 아파트.
그리고 파리의 변
15년 만에 들른 개선문도 그 자리에 그대로 있어주었다.
미안하지만 이젠 다시 볼 일 없을 것 같아.
파리에서 귀국길 아시아나 카운터를 제외하고 한국인 인구밀도가 가장 높았던 메르시.
정말 볼 것 없는데 왜 그리 많이들 가는지 모르겠다.
나의 호텔과 스티커차와 파리지앵 라이더.... 그리고 오늘도 축축한 파리.
이탈리아의 맛, 그리고 프랑스의 멋
베르사유 궁전 앞을 지키고 있는 루이14세 동상. 5세에 왕의 자리에 올랐다고 하는데....
쨌든 귀국길 영화선택은 '리치 리치'였다.
세월의 흔적.
붉은 대리석이 참 예뻤던 그랑 트리아농
마리앙투아네트가 남자친구를 만나기 위해 지었다는 사랑의 신전... 믿거나 말거나.
한국에 가져왔으면 15/30 국민 농도로 진하게 틴팅을 둘러줬을 텐데. 참 아숩네. 쩝.
왕비의 촌락. 수백만 수천만 사람들이 다녀가는 곳인데
어쩜 이리 예쁘고 고즈넉한 감성을 그대로 유지하며 관리하고 있는지. 대단하다.
靑春
CSI 드라마의 한 장면을 보는 것 같아 급하게 꺼내 찰칵!
GR3의 힘을 발하는 순간.
파리를 오는 사람이면 꼭 들르는 곳.
이 튼튼하고 믿음직스러운 힙쌕은 TRAVEL 문구를 넣음과 동시에 방어력을 15% 정도 잃었다.
목소리가 우렁찬 중국인 아저씨였는데.. von voage!
인터넷에서 봐야 더 잘 볼 수 있는 모나리자.
현장에서도 뭐 비슷한 듯
나폴레옹 1세의 대관식. 어디선가 관련된 재미있는 아티클을 읽었던지라
루브르에서도 가장 오랜 시간을 들여 봤던 작품.
원래 스케치에서는 이렇게 자기 머리에 관을 씌우는 장면이었는데, 왕비에게 관을 씌워주는 것으로 바뀌었다.
(뒤에 초청받은 교황도 너무 시무룩한 모습이라 손을 들어 축복해주는 모습으로 바뀌었다.)
결국 상체가 앞으로 숙여지며 생긴 공간이 비게 되었는데,
그 공간에는 스콜스 머리를 한 아저씨가 등장한다. 바로 율리우스 카이사르다.
왼쪽에 흰 드레스를 입은 여성 중 두 번째 여성이 나폴레옹의 여동생인 폴린 공주인데,
베르사유에 있는 다비드의 같은 작품에선 핑크 드레스를 입고 있다.
아마 다비드가 짝사랑했을 거란 썰이 있다. 믿거나 말거나...
루브르에서, 오르세에서, 오랑주리에서 미술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축복받은 학생들.
이 우산들, 과연 안전한 걸까?
몰래 따라다니며 귀동냥으로 황제관람 하다가 눈총 2발 맞고 장렬히 전사.
오르세 조명 참 훌륭하다.
사진으로는 잘 보이지 않는데, 마치 형광색으로 반짝이듯 그림 하이라이트가 기가 막히게 잘 되어있다.
마지막 날, 쨍한 하늘을 선물해 준 하느님부처님알라님.
그리고 10분만에 보란 듯 100만 톤의 먹구름을 바로 몰고 와주신 하느님부처님 알라님.
너무하십니다.....ㅠ
비 내린 몽마르뜨. 너무 멋져 2시간 유랑.
내가 내일모레 출근할 때도 저런 모습이겠지?
작고 구겨진 모습 말이다...
기억을 쥐어짜 내며 힘겹게 써 내려간 글들이 살구의 발바닥 하나로 한순간에 날아가니...
체력이 3배는 더 소모되는 것 같다.
키보드를 누르기가 너무 벅찬 밤, 출근이 두려워지는 밤.
그리고 지긋지긋했던 파리가 살짝 그리워지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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