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파리 OZ501 비즈니스 기내식
떴다 떴다 비행기
인생 첫 비즈니스 탑승에 신나서 이륙하기도 전에, 아니 웰컴드링크가 나오기도 전에
어메니티를 뜯어제끼고 기내용 양말로 갈아 신었다.
이륙하자마자 바로 식사 개시.
스타트는 토마토 젤리와 바질크림을 곁들인 사브레. 0.5입컷.
이어 등장한 타르타르. 훈제연어가 사워크림으로 샤워를 했다. 1.2입컷.
좌측 상단 손에 닿을 듯 아련하고 폭신한 자태의 빵은 단연 이 코스의 또 다른 메인이라고 칭할 만하다
적당히 따듯하고 촉촉한 빵에서 부산 범일동 뒷골목에서 먹었던 돼지갈비의 향이 난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진짜다. 게눈 감추듯 사라져 버린 그 맛을 다시 느껴보고자 빵을 더 달라고 했는데,
재고가 없었다. 슬프게도 말이다.
아스파라거스 감자 크림수프. 0.1입 먹고 스푼을 조용히 놓았다.
이어 등장한 메인. 블랙 트러플 안심 스떼끼.
고명으로는 진짜 트러플이 올라가 있고 더운 야채들도 너무 맛도리였다.
카베르네 프랑과 쇼비뇽 형제를 둘 다 시켜서 홀짝홀짝했는데, 아~ 이게 행복인가 했다.
다음 타자 치즈. 나름 치즈 좋아한다고 생각했는데. 생각을 고쳐먹었다. 몇 입 깨작거리다 그대로 반납...
이 정도 양이면 무장공비가 철원 야산에서 3달은 버틸 수 있는 양일 텐데....
음식을 남긴 죄책감은 바로 술로 씻어내야만 했다.
왼쪽 선수 니트나우스 엑스퀴짓, 오른쪽 선수 테일러 포트.
ㅋ ㅑ.. 기가멕히다. 진짜... 디저트와인에 호들갑 떨고 싶지 않았지만
헤롱헤롱 하는 정신을 붙잡고 한 잔씩 더 시킬 수밖에 없었다..
우선 포트와인. 예전에 포트와인이 궁금해서 콥케 타우니를 맛봤다가 실망한 기억이 있다.
냉장고에 처박아뒀다가 싱크대에 졸졸 따라버렸던 것 같은데...
이 친구는 다르다. 테일러 포트와인은 쿠키를 메이플시럽에 절인 싱기방기한 맛이다.
니트하우스는 테일러 포트와인보다 더 단데, 단 맛이 갑자기 휘리릭 사라지는 굉장히 깔끔한 느낌이다.
질감은 감기시럽과 물 사이 그 어딘가의 진득하다 만 그런 느낌.
과일.. 뭐 말해서 뭐 해. 5샷으로 클리어.
과일과 디저트 와인을 4잔 연거푸 들이키니 블루치즈의 습격으로부터 멀리 달아난 해방감이 들었다.
그리곤 바로 낮잠의 침략에 정복당했다.
간식.
누가 하늘에서 먹는 라면이 지구 최강이라 그랬냐? 엉?
제법 고운 모습으로 편으로 잘려 누워있는 버섯 고명을 제외하면
적당히 따듯한 물로 억지로 불려낸 듯한 그저 그런 컵라면... 딱 그 수준이다.
우리 회사 근처에 '옆구리 터질뻔한 김밥'이라는 괴랄한 이름의 분식집이 있는데
비행기 라면을 찬양하는 사람들에게 한 젓가락씩 손수 먹여주고 싶다.
라면이란 이런 것이라고 또박또박 말하면서 말이다.
폭식 후 180도 좌석에서 신나게 자다가 주변이 환해지더니 식탁보가 다시 촥 하고 펼쳐진다.
첫 타자는 풀떼기와, 토막 토마토와 갑자기 이름이 생각나지 않는... 아 그 뭐냐 부라타 치즈 그거.
위장 컨디션이 바닥이라 그냥 뒤적거리다가 반납.
이어 등장한 메인이란 탈을 쓴 나쁜 친구!!!!!!!!
퍽퍽한 소고기와 크림파스타. 얘는 진짜 너무했다.
이 자식을 평가하기 위해 내 손가락을 놀리는 수고는 여기까지만 하겠다.
샤인머스캣 어쩌고저쩌고 디저트... 파스타 친구에게 된통 혼나고 아린 마음을 잘 달래준 고마운 친구.
먹고 자고 먹고 자고 하다 보니 벌써 끝도 없는 대지가 이어지는 축복의 땅 프랑스 도착.
비즈니스를 타니 14시간의 비행이 지겹지 않았다.
돈 많이 벌자. 행복은 돈으로 사 먹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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