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 -포리스트 카터(Forrest Carter)
저자 : 포리스트 카터(Forrest Carter)
역자 : 조경숙
아름드리미디어
평일에 출근하지 않고 꿀같은 연수를, 그것도 이틀씩이나 받게 되었다. 공부하러 가는 연수가 아니라 머리를 식히면서 쉴 수 있는 연수였기 때문에 혼자서 조용히 빈둥거릴 시간이 많을 것 같아 집을 나서면서 굴러다니던 책을 하나 집어들고 가방에 쑤셔 넣었다. 지친 내 일상에 진득한 감동의 바람을 가져다 줄 이 책, '내 영혼이 따듯했던 날들'이 그렇게 내게 왔다.(사실 고향 집 책장에 오랫동안 읽혀지지 않은 채로 꽂혀있던 책이었다. 자식에게 책을 그렇게도 읽히고 싶어 시장통 구석에서라도 책 가판대가 보이면 있는 돈 없는 돈 털어 책장을 채웠던 어머니께서 어디서 구해 오신 책인 것 같다)
이 책은 늙은 체로키 인디언 부부와 손자 '작은 나무'의 이야기로, 차분한 내용이 시냇물 졸졸 따라 흐르듯 읽혀지는 소설이다. 새소리가 들려오는 평일의 적막한 안성 연수원에서는 책의 초 중반부인 '작은 나무'의 성장기를 읽었다. 큰 스토리 별로 챕터가 나누어져 있는데, 깊은 산 속 자연과 함께 호흡하며 살아가는 체로키 인디언과 그 주변 인물의 이야기가 가볍고 재미있게 전개되면서도 미국 역사와 종교, 정치, 문학 등이 자연스레 스토리에 녹아있었다. 글과 셈은 잘 모르지만, 자연을 아는 노부부의 지혜, 그리고 자연과 같이 호흡하며 자란 순수한 '작은 나무'의 일상들이 간간히 머리를 때려 책장을 다시 한 번 뒤로 넘겨보기 일쑤였다.
평화로운(?) 연수를 마치고 집에 돌아와 다음 날 출근을 준비하며 침대에 누워서는 이 책을 마무리 했다. 차분한 마음으로 출근병을 물리치려는 맘에 책을 펼쳤는데, 책 후반부는 '작은 나무' 와 그 주변의 모든 것과의 이별의 과정이 담겨 있었다. I kin ye, 붉은여우 슬리크, 파인 빌리, 위스키 제조, 젠킨슨씨, 막대사탕, 노새 샘과 개들, 늑대별, 윌로 존.... 흥미있게 다루며 어느 새 내 주변 상황인 것처럼 몰입해 있었는데 그것들과의 정을 한 순간에 떼어내야 하는 아픔이 기다리고 있었다. 회사 복귀 전 날 누워서 책을 뒤적거리며 펑펑 울고 있는 괴상한 그림.. 그럼에도 정말 가슴 따듯해지는 경험을 오랜만에 했다.
원제는 The Education Of Little Tree인데 한글판 제목은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이어서 검색을 좀 해보니 예전에는 '체로키 인디언의 가르침'이란 제목으로 출판되었다가, '작은나무야 작은나무야'로 출판이 되었다가 다시 새롭게 바뀐 제목인 것 같다. 이 작품은 저자 포리스트 카터의 마음의 고향인 인디언의 세계를 묘사한 작품이라 하며, 실제 그는 체로키 인디언의 혈통을 이어받은 그의 할아버지로부터 '작은 나무'라고 불렸다고 나와있는데, 위키백과를 보니 1976년 뉴욕 타임즈가 실제 포리스트 카터는 백인우월주의 단체 KKK의 일원인 아사 카터와 동일 인물이었다는 충격적인 내용이 적혀있었다. 뉴욕 타임즈의 끈질긴 취재에도 그는 인터뷰도 거절하며 그 사실을 부정했는데, 1991년 그의 부인이 그가 아사 카터라는 사실을 증언했다고 한다. 이 사실을 알고 '엥~'하는 소리가 실제 입에서 튀어나왔지만, 어쨌든 11시가 넘은 시간에 침대에서 뛰쳐나와 이렇게 독서노트를 쓰게 만든 이 소설을 여러 사람에게 추천해주고 싶다. 오랜만에 내 영혼이 따뜻해졌던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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