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가루 똥배 - 윌리엄 데이비스
저자 : 윌리엄 데이비스
에코리브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당신의 건강을 해치는 것은 바로 '밀'이다]
나에게는 정말 어마무시한 카피다. 마치 골프 선수에게 '홀인원, 우리의 적' 이라고 한다거나 스미골에게 '당신의 삶을 천천히 갉아먹는 것은 바로 절대 반지!' 라고 하는 느낌이랄까...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을 쭉 나열하면 빵과 면이 베이스가 된 음식이 대부분인데, 그런 음식들을 즐기는 나에게 뭔가 자극이 될 만한 책을 찾다가 읽게 되었다.
사실 건강 분야의 책들을 읽다 보면, 누구나 믿고 먹을 수 있는 절대 영양식을 찾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당장 이 책도 요거트, 과일, 퀴노아, 귀리, 메밀, 검정콩, 강낭콩, 고구마, 두부, 낫토 등을 '섭취량을 제한해야 하는 식품'으로 분류하였고, 호밀, 보리, 해바라기씨유, 포도씨유, 감자 전분, 건조 무화과, 꿀, 메이플시럽 등을 '먹지 말아야 할 식품'으로 분류해놨다. 어지러운 정보의 홍수 속에서 이 음식 저 음식 피하다 보면 당췌 먹을 것이 없다는 말이다. 알기나 하고 먹으란 말로 받아 들여야지 뭐.
아무튼 이 책이 300여 페이지가 넘게 끈질기게 주장하는 것은 밀은 만병의 근원이란 것이다. 몸에 좋은 통밀을 많이 섭취하라는 세간의 말들 또한 사방팔방에서 수십가지 근거를 대며 까내리고 있다.
!!일요일 밤에 이 책을 읽고 잠에 든 후 월요일에 나에게 찾아온 (잠깐의)변화.
08:40 아침에 홍콩으로 휴가를 다녀온 직원이 사온 마약 쿠키. 입에도 대지 않았다.
10:00 오른쪽 서랍에 고이 잠자고 있던 쿠크다스를 발견하고, 그대로 쓰레기통에 넣어버렸다.
11:00 쿠팡에서 대량주문한 일본라면 세트를 친구에게 주겠노라고 주소 좀 알려달라고 카톡을 했다.
13:00 점심 식사에서 그토록 좋아하는 부추전을 담지 않았다.
15:50 약간 신경이 날카로워 진 것을 느꼈다. 의도적으로 밀을 피하는 내 자신의 모습에 뿌듯함을 느끼면서도
그것이 오래 가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스물스물 내 정신을 지배하기 시작했다.
18:20 오늘 하루 고생했다며 직원들이 떡볶이와 만두와 치킨을 시켜 먹는 자리.
고기만두와 밀떡볶이를 미친듯이 공략했다. 쫄깃한 만두피와 떡볶이... 바삭한 튀김옷을 음미하며
멋지게 성공한 도시남자라는 것은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20:00 집으로 들어오는 길, 자주 가는 까페에서 녹차라떼에 크림을 곱하기 투로 올려 영혼까지 쪽쪽 빨아먹었다.
한 번의 잽으로는 견고하게 쌓아올린 밀 섭취의 역사를 무너뜨리기 힘들다. 앞으로 여러 번의 잽과 큰 한 방을 경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의 멍청한 일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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