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Brasserie Flottes - 어니언 수프, 오리 콩피
사진첩을 정리하다가 파리에서 제법 맥도날드 느낌으로 캐주얼하고 맛있게 식사를 한 사진이 남아있어 뒤늦게 공유한다.
Brasserie Flottes. - 2 Rue Cambon, 75001 Paris
브라세리라 함은 간단한 주류와 음식을 파는 캐주얼한 식당으로 흔히 아는 프렌치 레스토랑보다는 조금 더 접근성이 좋은 음식점이다. 이곳은 관광지에 위치하고 있고 한국 여행객에게도 '어니언 수프 맛집'이라는 타이틀로 이미 이름을 탄 곳이지만 자리를 선점하려고 아둥바둥할 필요는 없는 곳이다. 심지어 날씨가 궂은 평일에는 점심 피크타임임에도 불구하고 워크인으로 쉽게 입장할 수 있었다.
좌로는 콩코드 광장과 샹젤리제, 개선문으로 이어지고 코앞에는 오랑주리 미술관과 뛸르히 가든이 위치해 있고, 우측으로는 루브르가 위치해 있어 파리를 찾는 관광객이라면 비는 시간에 한 번쯤 방문하길 추천한다.
여느 파리의 브라세리와 같이 고풍스러운 건물 사이에 슬쩍 포인트만 주고 잘 숨어있다.
비좁은 내부에는 살과 나이가 통통하게 오른 웨이터들이 복도 양 옆의 손님들의 등을 공격적으로 훑어 지나가며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프링글스 할아버지를 닮은, 적당히 친절하고 적당히 불친절한 태도의 웨이터가 자리로 바로 안내했다.
보이는 곳에서 무심하고 시크하게 숭덩숭덩 썰어주는 바게트. 촌스럽게 '파리에서 바게트에 반했어요!!!'라고 하고 싶지 않지만, 나는 정말 입안이 다 까지도록, 이렇게 훌륭한 바게트를 평생 씹다 죽고 싶다.
- 물론 파리에서조차 몇몇 구라바게트에 당하긴 했다. 특히 루브르 매점에서 조우한 바게트의 모양을 하고 있는 밀가루 덩어리에게는 큰 분노가 일었다.
호기심에, 엄지손톱만 한 모나리자를 핸드폰에 꾸깃꾸깃 담아야 하는 사명감과 비슷한 심정으로 주문한 에스까르고. 일생에 딱 한 번 경험하기 좋은 친구였다. 아니 친구들이었다. 이 친구들이 더 맛있어지려고 발악해 봤자 보이지 않는 유리창에 부딪혀 영원히 그저 그런 에피타이저의 세계에 머무를 것이 분명했다.
바리에서 바게트 먹은 것을 자랑하는 것이 낯 뜨겁듯, 네이버에서 칭송한 관광지 근처의 식당에서 먹은 어니언 수프가 너무 맛있었다고 칭송하기는 조금 부끄럽다. 하지만 이 어니언 수프에게는 어느 정도의 존중이 필요하다. 비가 쏟아져 축축하고 으슬으슬한 파리에서 배고픈 상태에서(게다가 에스까르고 3마리를 구석에 밀어 넣은 후에) 먹었다는 점을 감안해도 이 수프의 깊은 감칠맛과, 뜨거움의 맛과, 치즈폭탄의 리치한 맛의 조화는 너무나도 훌륭했다. 부끄럽게 얼굴을 가리고 별 다섯 개!
이어 등장한 오리 콩피. 넌 그냥 들어가 있어.
이렇게 해서 58유로. 저 오리 다리토막에 3만 원을 넘게 썼다는 사실에 분하지만, 다양한 음식을 적절히 정복했다는 사실에 뿌듯한 식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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