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마운 분으로부터의 생일 선물. 처음 맛보는 알렌테주 와인. 집에서 2차를 하다가 만취한 상태에서 뜯어버려서 맛이 정확히 기억이 안 나지만, Vivino 특성 그래프를 Acidic, Bold쪽으로 조정을 한 것을 보니 새콤한 가죽 씹는 맛을 느낀 것 같은 기억이 스물스물 난다.
와인 유튜버 양갱의 방송을 보면서 지허(Zieher) 글라스 지름신이 스멀스멀 올라오고 있었는데... 기가 막히게 생일 선물로 받았다... 아니 어디 위시리스트 써놓은 것도 아니고, 와알못들에게 그렇게 익숙한 브랜드도 아닌데 어떻게 이렇게 뙇 맞춤형 선물을 들이밀었는지... 선물을 확인하는 순간, 진짜 소름이 쫘아아아아악 돋아서 굉장한 오버액션을 선보였는데, 아마 선물을 준비한 사람도 정말 까암~짝 놀라 기뻤던 나의 진심을 끝내 알아주지 못했으리라...ㅠㅠ 저~기 저 3번째 모델인데, 라인업 중에서 정말 사고싶었던 그 모델이었다. 리델 베리타스 피노누아와 비교. 스탬이 훨씬 더 길고 여리여리하다.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바닥 표면적이 상당히 커서 공기와 닿는 부분이 리델보다 훨씬 더 넓다. 와인디렉터 양갱..
이마트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훌륭한 데일리 와인을 찾았다. 그리고 좁디좁은 와인셀러에 6병을 꾸깃꾸깃 쟁겨넣었다. 수많은 랜선 와인 애호가들이 정확하고 좁은 구역의 지명이 적혀있지 않은 프랑스 와인은 피하라고 했는데... 다행히 내 미각은 열성 미뢰가 지배하고 있나 보다. 베를린 와인 트로피 2020을 수상했다며 자랑스럽게 브란덴부르크문 금딱지를 달아놨는데, 베를린 와인 트로피가 무엇일까에 대한 궁금증은 1도 피어오르지 않는다. ㅠ.ㅠ 아이비 크래커 끝에 와인을 살짝 적신듯한 느낌이 신기해서 찰칵 카베르네 소비뇽과 쉬라 블랜드인데, 굉장히 볼드 하지만 가죽 맛 같은 큼큼한 맛은 덜하고 왠지 모를 상큼한 느낌이다. Taste note에는 오크, 자두, 블랙베리, 담배, 바닐라라고 적어뒀는데 아무래도 그때..
벚꽃이 한창일 시즌, 피크를 찍어야 했을 그 주말에 화끈하게 비가 내렸다. 느지막이 일어나 창문을 열어젖히니 1년에 한 번 화려한 분홍빛을 뿜뿜 발산하려고 준비했던 친구들이 이미 헐벗은 상태로 달달거리고 있었다. 가장 돋보일 시즌, 매력발산의 기회를 어이없이 날려버린 친구들을 물끄러미 쳐다보다가... 아 역시, 틀림없이, 무조건, 아마도.. 인생은 운칠기삼일 것이다 싶은 헛헛한 마음이 들었다. 한참을 그렇게 멍하니 있다가 비어 가는 셀러나 채우자 하고 터덜터덜 집 앞 마트에 갔는데... 안 그래도 재고가 있나 궁금했었던 앙시앙땅과 1865이 기가 막히게 세일을 하고 있었다. 게다가 유튜브에서 보고 궁금해서 Wishlist에 올려놨다가 4개월간 구경도 못한 Lyric도 업어왔다. 와인도 다양하게 구비해놓지..
처음 맛본 시칠리아 와인 찌솔라 도피오제타 2014 네로다볼라 90%, 쉬라 10% 블렌딩인데 '네로다볼라'라는 품종은 듣도 보도 못해서 검색해보니 시칠리아에서 주로 재배하는 품종이라고 한다. 흔히 마시는 카베르네 소비뇽, 쉬라와 비슷한 느낌의 풀바디. A Guide to Nero d'Avola Wine | Wine Folly Learn the taste, styles and food pairings of Nero d'Avola pulled from pages 145-146 of Wine Folly: The Essential Guide to Wine. A super value... winefolly.com 네로다볼라 품종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위의 링크(와인폴리) 참조 '시칠리아'를 떠올리면, 왠지 태양..
Sterling Vineyards, Napa Valley Merlot 2016 스털링 메를로
2021.02.22
월요병에 이은 화요병을 극복하고자 셀러 1층에서 잠자고 있던 스털링을 꺼냈다. 부장님께서 선물로 주신 와인인데, 친구들이 셀러를 마구 뒤져 거덜을 내며 껄껄대는 인고의 시간을 묵묵히 견뎌 구석 깊숙한 곳에서 살아남았다. '3만 원 미만의 와인은 사람 맛으로 마시고, 5만 원 이상의 와인은 와인 맛으로 마셔보자'를 아직까지 잘 지키고 있다. 으아. 그나마 좀 괜찮은 나파밸리 카베르네 소비뇽을 드디어 맛보는구나!! 하고 병목을 잡고 라벨을 훑어보는 순간, 하.... 이 친구가 메를로인지 처음 알았다... 당연히 나파밸리 카베르네 소비뇽인 줄 알고 있었는데 말이지... 스털링 카베르네 소비뇽은 후기가 많은 편인데 메를로는 비비노나 구글링을 통해서 머리 노란 형들 후기를 찾는 게 더 빠르다. 뽕따를 하려는데 바..
샤를 조게 끌로 레 쁘띠뜨 로쉬 쉬농 (Charles Joguet Les Petites Roches Chinon)
2021.02.13
프알못이라 한껏 근사하게 들리는 그 이름, 샤를 조게 끄롤 레 쁘띠뜨 로쉬 2016 적당한 가격대의 데일리 와인을 부담없이 즐기고자 하는 와린이에게 2016이란 숫자는 굉장한 빈티지 와인이다.(진담이다. 이런 세계도 있다....) 처음 맛보는 카베르네 프랑인데, 찾아보니 카베르네 프랑은 메를로와 카베르네 소비뇽의 조상 품종이라고 한다. 품종 테이스팅 노트에 특이하게 '자갈'이 들어가 있어 무슨 뜻일까 싶었는데... 결국 그 답은 찾지 못했다. 이론을 걷어내고 온전히 내가 느낀 맛과 향은, 쿰칫쿰칫한 치즈에 고양이 똥을 적절히 배합한 정체불명의 그것으로 표현할 수 있겠다. 무색무취의 퓨어한 상태의 신 맛과 테라플루의 쓰린듯한 끝 맛으로 이어지는 이 친구와의 동행은 이번 경험을 통해 그만 마무리하고자 한다...
3만 원 미만의 데일리 와인을 주로 즐기는 나에게 국내 와인 커뮤니티의 벽은 너무나도 높다. 2만 원대 데일리 와인 추천 한 방울도 마셔보지 않은(혹은 한 방울도 마셔보지 않을) 오퍼스원이니 로마네꽁띠니 운운하며 눈만 올리는 것 같아 요새는 와인 시음 게시판을 아예 들여다보지 않고 있다. 요즘은 오직 내 혀에만 의지하며 평소에 저렴하게 즐길 와인찾기 삼매경을 하고 있는데, 괜찮은 친구가 얻어걸렸다. 회사 매점에서 와인 행사를 하고 있는데 Veneto 와인이 보이길래 2만 원에 집어온 그랑 파시오네(Gran Passione)가 그 주인공. 아마로네, 리파소, 발폴리첼라 등 이탈리아 베네토 지역의 와인을 흥미롭게 보고 있어서 어떤 느낌일까 궁금해서 골랐는데, 30분 정도 브리딩하고 마셔보니 꿀향+꽃향, 과일..
과장 승진했다고 팀에서 근사한 선물을 해줬다. 어차피 비싼 올빈 와인까지 눈 뒤집고 즐기지는 않을 것 같고..(혹시 모르지만.......) 마트 갈 때마다 소소하게 데일리로 집어오는 와인 정도로 만족할 것 같아서 12병짜리를 알아보고 있었는데, 선물 타이밍과 딱 맞아떨어졌다. 정말 기분이가 자진모리장단이다. (아, 우측에 거슬리는 컴퓨터 선정리는 이번 생에서는 포기하기로 했다.) 그리고 팀장님은 별도로 와인 3병을 선물해주셨다. 혼또니 무쵸 매니매니 땡쓰. 체감온도 영하 20도에서 악전고투하고 있던 나머지 데일리 와인들과 함께 총 7병이 새로운 보금자리의 첫 주인이 되었다. 그나저나 나는 죽기 전에 새 아파트에 살 수 있을까...... 맨 아래 바스켓을 제거하면 딱 12병이 들어가는 셀러인데, 한 10병..
반가운 아마존 박스가 오랜만에 씩~ 아마존에서 구매한 리델 잔 도착!! 종잇장처럼 얇은 잔이라 배송 과정에서 깨지진 않을까 걱정 많이 했는데, 별도의 완충재 없이 그냥 포장 그대로 도착했다. The Taste Maker라는 자랑스런 딱지를 붙이고선.. 생각보다 포장기술이 믿음직하다. 털끝 하나 다치지 않고 산 넘고 물 넘어 미국에서 서울까지 안전하게 도착했다. 화이트와 뽀글이를 담을 샴페인 잔과 레드를 담을 베리타스 피노누아 올드월드... 꽃봉오리 모양의 뉴월드보다, 야리야리한 물결 포인트의 퍼포먼스보다 훨씬 클래식하고 멋진 것 같다. 손님용은 이마트 잔으로 대체하고(쏴리..) 요건 100% 혼술용. 바로 개시했다. 뽕따하니 뭔가 맹맹하고 텁텁했던 Zonin과 함께 말이다. (1시간 정도 브리딩을 하니 ..
손님용은 막잔을 쓰고 나 혼자만 좋은 잔 쓰고 싶은데 왜 와인잔들은 다 2잔 1세뚜로 팔까... 머리를 굴려보니 와인은 사랑하는 사람과 주로 마시기 때문이 때문이라는 답을 얻었다. 결국, 나는 나 자신만 사랑하니까 아마존에서 1개 단위로 질렀다. 피같은 20불의 배송료도 아깝지 않다. 나는 나를 사랑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