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물 : 수육용 돼지고기 500g, 서울막걸리 한 병, 간장 두 스푼. 끝.어떤 사람들은 수육 삶기 전에 육즙을 가두어야 한다나 뭐라나... 아무튼 4면을 노릇노릇하게 굽고 시작하던데...그런 거 없다. 그냥 냅다 시작 고기가 잠기게 막걸리를 붓고 향과 색을 입힐 간장 두 스푼 투하. 강한 불로 20분 끓이고, 중간중간 뒤집어가며 중불로 20분 끓인다.이쯤 해서 막걸리가 많이 증발되니 남겨둔 막걸리 혹은 물을 더 부어준다. 10~20분 뒀다가 총총총 썰어서 폭풍흡입....양파고 마늘이고 생강이고 파고 커피고 카레고 다 필요 없다. 그냥 막걸리에 냅다 삶으면잡내 하나도 없는 맛도리 수육 완성! 아직까지 돼지껍데기는 정복하지 못하겠다.....
웬 호떡집이 지하에 있어?운동 후 호달달거리는 허벅지를 부여잡고 볼멘소리를 하며 내려간 훈훈호떡. 호떡집 주변엔 안티 끈적이를 외치는 상인들이 '호떡 출입 금지'를 여기저기 붙여놓고,호떡집 안에는 '호떡집 쓰레기만 버려주세요!'가 여기저기 붙어있다. 가게로 들어오니, 여느 길거리 맛집 호떡집을 그대로 지하로 옮겨놓은 모양새다.몇 개 없는 테이블 때문에 광활해진 공간은 사람들이 여지없이 가득 메우고 있다. '호떡' 하면 아직도 300원 ~ 500원이면 먹을 수 있는 음식이라는 이미지가 남아있지만,요새 물가를 생각하면 이 정도 가격대는 굉장히 합리적이라는 비합리적인 생각. 통통하게 구워진, 아니 튀겨진 호떡들이 끊임없이 트레이에 올라오고 있다. 나름의 분업화도 잘 되어있지만, 분업 모듈들이 죄다 0...
평소 같으면 드르렁드르렁 늦잠을 자고 있을 토요일 아침 6시.술로 절여진 무거운 몸을 이끌고 끙끙대며 상암으로 향했다.11월 23일 토요일은 친구들과 함께 신청한 제2회 여의도 밤섬마라톤이 있는 날. 호리호리하게 생긴 남녀노소들이 가득 찬 평화의 광장. 5km, 10km, 하프. 이렇게 3 종목이 있는, 그리 큰 대회는 아니었는데생각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어 깜짝 놀랐다.아 러닝이 붐이긴 붐이구나.(뭐.. 내 몸뚱아리도 여기 있는 것을 보니 붐 맞다.) 준비도 거의 없이 덜컥 신청한 대회치고 한 번도 쉬지 않고 잘 완주했다고 뿌듯해하려고 했는데,초등학교 저학년 친구들도 나를 슝슝 앞질러가는 이 더러운 세상이 그걸 막아섰다.부들부들... 신나게 뛰고 근처 망원시장 우이락으로 고고고! 애기 팔뚝..
비가 추적추적 오는 토요일 오후.궂은 날씨 때문인지, 광화문 시위 때문인지 시내 일대는 차로 가득 차있고평가옥 안엔 우리 일행 뿐이다.비싸기만 오지게 비싸고 특색 없는 음식이라 생각했던 어복쟁반을 조우하는 날이다. 화려한 고기조각들에 육수를 콸콸 붓고 기다린다. 그리고 먼저 나온 녹두지짐을 먹고 소주 일이 잔 걸친 후 어복쟁반을 호로록.. 어복쟁반에 대한 편견은 와르르 무너졌다...큰 냄비 하나를 사이에 두고 이것저것 골라 먹어가며 하하호호 하기 좋은최고의 술안주 머신을 그렇게 폄하했다니.. 내가 많이 미안해...... 나중에 육수에 말아먹는 냉면은 그야말로 화룡점정.성시경이 유튜브에서 그랬더랬지.. 어복쟁반으로 소주를 마시면칼로 푹 찌르고 후시딘 발라주고 칼로 푹 찌르고 후시딘 발라주고의 연속이라고....
내 몸뚱이가 부탄츄에 가까워졌으므로 나는 응당 부탄츄로 향해야만 했다.하지만 나에게 주어진 점심시간은 딱 60분. 가까운 라멘집으로 갈 수밖에 없었다.그렇게 마주한 가마마루이. 연대 정문을 등지고 1시 방향 대로변 바로 뒷골목에 위치하고 있다. 백종원이 방문했다는 사진이 곳곳에 붙어있는 조그마한 매장 내부. 평범한 학교 앞 라멘집 감성이다. 라멘은 돈코츠 계열인데, 기본 돈코츠라멘 외에 차슈가 5장 올라간 차슈5장라멘, 그리고 맵기 정도를 추가한 카라이, 초카라이, 핵 3형제로 구성되어 있다. 이곳을 여러 번 방문한 사람들은 주문한 라멘이 나오기도 전에 구석에 위치한 셀프 바에서 이렇게 밥과 마파두부를 척척 담아 온다. 무한리필답지 않게 고기가 듬뿍 들어가 있는 마파두부는 이 자리에서 학생들의 주린배를..
꽤 많은 라멘집을 리뷰하며 '맛집'이란 표현을 섣불리 하진 않았다고 생각한다.그런데 오늘 츠키라멘에서 라멘을 흡입하며 '아 이곳은 맛집으로 소개해도 충분하다!'라는 생각이 들었다.광화문에서 종각방향으로 200 발자국 걸어가면 나오는 르미에르 오피스텔 지하 1층에 위치한 츠키라멘.던전 같은 르미에르 지하에서 상당히 찾기 어려운 곳에 위치하고 있어 두 바퀴는 족히 돌아다닌 것 같다... 먹기도 전에 속이 부글부글.....Solution : 에스컬레이터 내려가자마자 좌회전->우회전하면 구석에 콕 박혀있다. 가게는 '라멘 맛집' 딱지를 붙이기 굉장히 애매한 모양새를 하고 있다.오직 맛으로 승부한다! 라는 집념일까 아님 그냥 귀차니즘일까... 비좁은 테이블에 다시마 식초, 두반장, 후추, 마늘, 생강이 오밀조밀..
한남동 포터리와 이태원 포터를 둘러보다 방문한 이태원 와다라멘오픈 직후여서 그런가, 혼자 전세내고 먹었다.배민 쿠팡이츠 알람이 계속 오는 것을 보니 주변에서 많이들 배달해 먹는 듯 라멘+교자+음료 세트. 이렇게 해서 16,500원 돈코츠라멘은 무난한 맛. 슴슴한 설렁탕맛의 돈코츠라멘을 파는 곳이 많아 종종 실망을 하곤 하는데,부탄츄만큼 쿰쿰하진 않아도, 그래도 먹을만한 돈코츠라멘이라고 느꼈다.라멘을 먹으러 이곳까지 찾아올 일은 없겠지만, 근처에 오게 되면 겸사겸사 들를만한 곳. 간장이 아닌 칠리소스와 함께 등장한 심상찮은 교자.허여멀건하니 힘없이 늘어진 교자를 팍 째려봤더니 그대로 숨이 팍 죽은 것 같다. 역시 예상 적중.고향만두 업그레이드버전이며, 비비고만두 하위호환인, 요리에, 아니 조리에 많은 힘..
가자 가자 말로만 가자 가자. 이렇게 10여 년을 보낸 후 드디어 조우한 이촌동 하나일식.꽤나 괜찮은 명성에 비해 동네 홈플러스익스플레스가 위치할 것만 같은 곳에 위치하고 있다. 오늘의 코스는 디너스시, 오늘의 멤버는 직장동료 대여섯 명. 이름을 까먹었으니 말로 풀어 설명을 해야 한다.1. 감칠맛이 폭발하는 생마늘2. 해파리를 한약맛 식물과 새콤달콤한 소스로 절인 밑반찬캬.. 2개 다 계속 리필해서 먹었는데, 이것만으로도 소주 각 1병 가능 생소한 무언가가 덜생소한 무언가와 교차되어 계속 나오는데, 하나같이 먹을 만하다 나의 사랑 너의 사랑 우니.자꾸 몸값이 높아져서 입안 가득 넣고 사치를 부릴 기회가 점점 없어지는 우니.나 우니?. ㅠㅠ 고급진 불량식품 (?) 맛이 나는 매실 내장 머시기와 버무린..
오늘의 술약속도 종로. 교통 좋고 아재술집 많고 지리적으로 서울의 중간에 위치해 있으며 회사가 많아술약속의 7~8할은 이제 종로/종각이 차지하고 있다.홍대나 강남 갈 일이 없어지는 나이라는 사실을 감추기 위한 연막치고는 훌륭한 논리다. 종로3가 국일관빌딩 바로 옆에 위치한 옥상별관.엘리베이터를 타고 꼭대기에 내려 계단을 한층 더 올라가면 이렇게 시야가 탁 트인 루프탑을 마주하게 된다.초벌 한 삼겹살을 가져오다가 카메라를 보더니 찍을 준비되셨냐며 기다려주는 센스 좋은 직원. 동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저렴이 삼겹살 라인보다는 살짝 위의 가격대지만 고기 질이 제법 훌륭하다. 토마토 꿀 치즈 머시기 밑반찬인데 아주 훌륭하다. 추가금을 내고 더 시킬 수 있는 것 같은데.. 굳이..? 컷팅도 다 되어있고 초벌도..
사진첩을 정리하다가 파리에서 제법 맥도날드 느낌으로 캐주얼하고 맛있게 식사를 한 사진이 남아있어 뒤늦게 공유한다. Brasserie Flottes. - 2 Rue Cambon, 75001 Paris 브라세리라 함은 간단한 주류와 음식을 파는 캐주얼한 식당으로 흔히 아는 프렌치 레스토랑보다는 조금 더 접근성이 좋은 음식점이다. 이곳은 관광지에 위치하고 있고 한국 여행객에게도 '어니언 수프 맛집'이라는 타이틀로 이미 이름을 탄 곳이지만 자리를 선점하려고 아둥바둥할 필요는 없는 곳이다. 심지어 날씨가 궂은 평일에는 점심 피크타임임에도 불구하고 워크인으로 쉽게 입장할 수 있었다. 좌로는 콩코드 광장과 샹젤리제, 개선문으로 이어지고 코앞에는 오랑주리 미술관과 뛸르히 가든이 위치해 있고, 우측으로는 루브르가 위치해..
가~끔 업무연수차 삼청동에 위치한 한국금융연수원에 방문할 때면 종종 들르는 북촌막국수. '삼청동'의 이름이 붙은 읍읍커피, 읍읍수제비, 읍읍전, 읍읍만두 등은 보통 보잘것없는 평범한 체험으로 귀결되어 왔지만, 이곳은 내가 삼청동을 떠올릴 때면 코끝에 물큰하게 들기름 냄새를 퍼부어주는 장소가 되었다. 삼청동에서 한국금융연수원에 이어 내가 두 번째로 사랑하는 북촌막국수를 소개한다. 고즈넉한 동네분위기 덕분인지, 꿀 같은 연수날의 버프인지 특이할 것 없을 것 같은 들기름막국수의 세계에서 어나더레벨에 올라있는 느낌이 있는 곳이다. 뭔가 아스팔트 같은 형체가 담긴 그릇이 나오면 촌스럽게 당황하지 마시라. 그것이 바로 북촌막국수가 자랑하는 시그니쳐 메뉴 들기름막국수다. 적당히 비벼 한입 호로록하면, 정말 최상의 평..
L.A. 한인타운의 레트로감성을 살렸다는 청기와타운. 숙대와 을지로를 지나다가 종종 본 적이 있어 궁금했었는데, 마침 저녁 약속이 있어 다녀왔다. 물론 L.A. 한인타운은커녕 L.A. 조차 가본 적이 없어 그 감성의 실체는 잘 모른다. 메뉴 구성은 고기에 꽤 진심인 너낌. 요 친구가 빗살로스. 고기 한 점에 술 한 잔. 고기 한 점 술 홀짝. ㅋ ㅑ너무 좋은 구성이다. 쫄깃하면서도 부드러운 식감의 (남이 구워줘서 더욱)맛있는 친구. 고기 기름이 들러붙어 찐득한 바닥을 쩌억 쩌억 밟고, 드럼통 같은 동그랗고 좁은 상에 야만인 감성으로 옹기종기 둘러앉아 물때가 얼룩덜룩한 수저로 냉동 고기를 주워 먹는 감성도 그 나름의 느낌이 있지만, 청기와타운에서는 이렇게 널찍하고 정갈한 상차림과 함께 쾌적한 식사를 할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