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언가를 내려놓은 것만 같은 표정... 어색한 구도 때문인지 칙칙한 장마철의 기운이 물씬 풍겨서인지 뭔가 찝찝한 느낌이 든다면 당신의 이상 감지 센서는 아직 튼튼하게 작동하고 있다. 그렇다. '고양이를 위한 견문(犬門)'을 설치하게 됐다. 베란다 문에 조그만 개 구멍(고양이 구멍이라는 단어를 쓰지 않는 걸 보니 아차 싶다)을 만들어 애완동물이 베란다로 자유롭게 드나들게 하는 제품이다. 찍찍이로 간단히 붙이는 제품이다 보니 한 1년 지나면 찍찍이가 자꾸 흘러내린다는 상품평이 많은데, 일단 써보고 더 튼튼한 놈으로 다시 달던가 해야겠다. 이 제품을 제작한 회사가 공간의 제약을 해소해 견문(見聞)을 넓힌다는 이중적 의미를 노렸다면, 수십억 고양이들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전해주고 싶다. 다음 시즌엔 묘책(猫策) ..
만 8개월의 튼실한 ㅂㄹ.... 으흥...야으흥... 에부웅~ 정도의 요상한 소리를 내며 돌아다니는 살구를 보고 나는 직감했다. 때가 왔음을... 그 옛날 우리네 부모님들께서 햄버거 사준다며 철부지 어린 아이들을 포경의 길로 이끌었듯, 방긋 웃는 얼굴로 살구를 이동장에 포개 넣고 병원으로 향했다. 3차에 걸친 접종 경험으로 이동장에 담기는 날엔 아픔이 따른다는 것을 알았는지 계속해서 이동장 안에서 낑낑대던데, 오늘은 니 성을 잃는 날이다. 요놈아. 12시에 병원에 살구를 맡기고 3시 반쯤 데리러 갔는데... 애가 뭔가 잔뜩 날이 서있다. 병원에서만 볼 수 있는 하악질에, 생전 처음보는 솜방망이 어택까지... 정신이 반쯤 나간 것 같은 신기한 모습이다. 그래서 사진에 담아놨다..... 너의 공격적인 모습...
요일 구분 없이 의식의 흐름을 따라 쭉 살아가는 네가 참 부럽다 멍 때릴 시간도 무제한, 아무렇게나 기대고 자는 찬스도 무제한 알록달록 장난감도 무제한(눼눼 열심히 돈 벌어 사드려야죠) 삶이 어디로 흘러갈까에 대한 고민도 없고, 내일이면 출근해야 한다는 압박감도 없이 가장 편한 곳에서 가장 편한 자세로 뒹굴거릴 수 있는 자유도 무제한. 으아 회사 가기 싫다
불같은 토요일을 보내고 일요일 아침 늦~게까지 쿨쿨 자고 있는데 허리가 아파 뒤척이다 어디선가 꼬순내가 나길래 눈을 떠보니.... 뭐지 이 하리보젤리는..... 저기요.. 자는 사람 얼굴에 이건 비매너 아니에요? 저기요!! 일어나 보시라고요 좀!! 한 말씀만 해주시죠!! 왜 얼굴에 발을 갖다 대고 그러십니까. 매너 챙기셔야죠!! '기절' '모르겠고. 밥이나 퍼뜩 가서 좀 퍼줘라'
요새 급격하게 더워진 날씨에 낮에는 활발하게 움직이지도 않고 늘어지게 주무시고 선선해진 밤에 우다다다 다다다다를 주로 하는 살구. 배 빵빵하게 먹이면 밤에도 쿨쿨 잘 자겠지.. 하고 사료를 잔뜩 먹이고 잠자리에 들었는데.......... 새벽에 대포동 미사일이 옥상에 떨어진 소리가 나서 침대에서 스프링처럼 튕겨 나왔다. 전쟁을 경험해보진 못했지만, 이 소리는 분명 전쟁의 그 긴박하고 위협적인 그 소리가 확실하다는 생각으로 거실로 뛰쳐나왔더니... 하..........분노의 어깨빵으로 1미터가 넘는 화분을 하나 해 먹으셨다. 이사 오면서 어머니께서 집에 초록이들이 있어야 한다며 직접 사서 놓아주시고 간 화분인데..........벽에 꽁꽁 묶어 놓을 걸 그랬나... 육성으로 '하... 시부럴' 소리를 내고 ..
녹음이 짙어지고 있는 5월의 어느 날 푸르스름한 어둠이 깔리기 시작한 그 동네 졸린 고양이를 찾아가 봤습니다 다가가는 인기척을 감지한 그분께서는 가까지 오지 말라는 무언의 압력을 넣고 싶어 하신 것 같으나 바로 불을 켜고 제압해버렸습니다 별 미친놈이 구멍구멍 사이로 돌아가면서 본인(본묘라고 해야 하는지도 모르겠다)을 관찰하니 아주 귀찮으시겠지 졸음이 아직 가시지 않은 것 같아 가까이 다가가서 쓰담쓰담 몇 번 하고 가만히 바라보고 있으니(냥님들은 계속 쏘아보는 것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고...) 크아아아아앙 기지개를 쭉 켜고 정신이 말짱히 돌아오셨다는..... 그런 스토리였습니다. 자 이제 밥 줘야지.
네가 평소에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100% 꿰뚫어 볼 수 있으면 얼마나 골치 아플까. 배고파, 짜증 나, 밥 줘, 졸려, 놀아줘, 심심해... 이런 감정을 너의 또렷한 의사전달을 통해 알게 된다면 어떤 느낌일까. 아마, 소나 개나 돼지같이 쓸모 있는 짐승이 아닌 네가 지금까지 종족 번식을 하며 살아남지 못했겠지. 네 종족은 '도무지 알 수 없는 귀여움'이라는 무기로 여태까지 살아남았으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가끔 네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정말 정말 정말 정말 알고 싶을 때가 있다. 너의 귀여움이 절실히 필요한 그 시간에, 왜 하필 거기 그렇게 귀엽게 누워 가만히 나를 응시하고 있는 거지? 딱 아쉬울 만큼의 귀여움만 보여주고 아무 일 없는 듯 기지개를 켜고 사라지는 거지? 나에게 더 이상 ..
완전 애기 때는 친구들이 집에 와도 개의치 않고 부비대더니 이제 머리 좀 컸다고 못 보던 생명체가 집안을 어슬렁거리면 잔뜩 긴장상태로 구석에 처박히기 일쑤다. 으이구 이 쫄보! 건조기 설치하러 기사님이 방문하셨다. 테이프를 쭉쭉 찢고 거대한 박스를 낑낑대며 옮기며 윤택하고 뽀송뽀송한 삶을 위해 조용한 일상에 자그마한 스크래치를 내고 있는 와중, 안방에 가보니 살구가 망부석 모.. nigasa.tistory.com [건조기 설치 기사님 방문 때] 오늘은 에어컨 설치기사님들이 집안을 쑥대밭으로 만들었는데.. 역시나 구석에 이렇게 미동도 하지 않고 구겨져있다. 저기요.. 여기 좀 봐주세요... 꿈쩍도 하지 않는 쫄보... 산책냥이 되긴 글렀다.
온갖 종류의 장난감을 파괴하고 다니지만, 특히 쥐 모양의 장난감에 환장하는 살구. 암살자처럼 눈만 쏙 빼놓고 기회를 노리다 낚아채고....(목표물이 움직이지도 않는데 무슨 기회인지는 모르겠다) 3층 높이의 슬라이드도 거뜬하게 뛰어올라 도망칠 의지도 없는 쥐 장난감을 간단히 제압해버린다. 그래. 너만의 세상이 있겠지
오늘도 어김없이 베란다에 널어놓은 빨래를 따라 하며 노닥거리고 있다. 아니 도대체 빨래는 왜 자꾸 따라 하는 건데... 빨래를 하트모양으로 접어서 하트 모양 고양이를 만들어봐야겠다. 그리고 나서 벌러덩 누워서 바로 쿨쿨 주무시는 축복과도 같은 한량의 삶 자느라 귀찮아서 만져도 반응도 잘 안 하는 살구를 마음껏 확대해보았다. 그래 이눔시끼야 잘 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