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창 밖을 보면서 이상한 소리를 내길래 걱정+호기심+귀여움의 복잡한 마음을 꾹 누르고 영상을 찍었는데, 베란다 밖에 앉아있는 비둘기를 보고 하는 행동이었다. '고양이 이상한 소리', '고양이 이히힝', '고양이 부르르' 등 알 수 없는 검색어 조합으로 이것이 채터링(chattering)이라는 것을 알아냈다. 사냥감에 대한 위협, 잡을 수 없는 대상에 대한 아쉬움, 새소리 흉내 등 추측은 많지 있는 것 같은데, 사실 고양이와 대화를 할 수가 없으니 도대체 왜 이런 요상한 소리를 내는지 알 방법은 없다.
건조기 설치하러 기사님이 방문하셨다. 테이프를 쭉쭉 찢고 거대한 박스를 낑낑대며 옮기며 윤택하고 뽀송뽀송한 삶을 위해 조용한 일상에 자그마한 스크래치를 내고 있는 와중, 안방에 가보니 살구가 망부석 모드로 박제가 되어있다 저기요 사장님 뭐하세요? 저 뒤로 돌아왔는데 저 안 쳐다보세요? 분명 공격태세를 가장한 극도의 쫄아있는 상태 동공을 확장시키고 소리가 나는 방향을 따라 샥 샥 민첩하게 고개를 돌리는데, 분명 세상 빠른 후퇴를 위한 경계태세일 것이다. 휴..... 이 쫄보야
튼튼하고 거대한 친구가 거실 한편을 장식하게 됐다 캣폴과 캣타워를 고민하다가 흔들흔들 불안한 캣폴보다는 돈을 더 쓰더라도 한 방에 가자는 마음으로 질렀다. 사진으로 보던 것보다 더 견고하고 디자인도 좋다 낑낑대며 조립하는 1시간동안 귀를 쫑긋 세우고 호기심 폭발 모드를 가동하더니, 조립이 완성되자 아주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신나서 타워를 오르내린다. 아. 노동의 기쁨이여!! 저렇게 파인 구멍 사이로 장난감을 넣었다 뺐다 해주면 아주 환장을 한다. 고양이는 수직공간이 풍족해질수록 영역이 확대됨을 느끼고 심리적 안정을 찾는다는데... 이자식아 너도 그러하오냐 아무래도 그런 것 같다. 도저히 내려올 생각을 하지 않는다. 껌딱지 모드를 탑재한 고양이였는데.... 한동안 OFF 해놓고 캣타워랑만 우다다하진 않을까..
새 가족이 생겼다. 생애 첫 반려동물. 쪼꼬맣고 옅은 살구색이라 이름을 살구로 지으려고 하는데, 아직은 미확정. 보통 새로운 환경에서는 구석에 숨어서 적응기를 거친다고 마르고 닳도록 들었는데, 이 친구는 풀어놓자마자 졸졸졸 따라다니고, 꼭 붙어서 떨어지려 하지 않는다. 로봇청소기도 무서워한다고들 하는데, 장난감으로 인식해서 센서를 다 막아버린다... 흑흑... 원격 청소는 물 건너간 듯... 이렇게 발 옆에 꼭 몸을 대고 누워있는데 이 상태에서 도저히 몸을 움직일 수가 없다.ㅠㅠ 명색이 고양이인데 아직 애기라 점프도 못하고 저렇게 무식하게 기어오르려고만...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