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우 수용소를 통해 본 독일과 일본의 역사 교육 방식
지난주에는 뮌헨 근처에 위치한 다카우 수용소 (Dachau Concentration) 에 다녀왔습니다. 다카우 수용소는 아우슈비츠, 부헨발트, 작센하우젠 과 같이 악명 높은 포로 수용소로 유명합니다. 1933년 아돌프 히틀러가 취임한지 5주만에 세운 수용소로, 주로 남자들을 수감시키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수많은 반 히틀러 정치세력과 동성연애자 들도 수감시켰던 수용소입니다.
1945년 4월 29일 미군 제 3기갑부대가 해방시킬 때 까지 20만명이 이곳에서 수용되었고, 3만 5천명의 유대인이 학살되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그저 발표된 수치일 뿐, 수많은 시체들이 땅속 구덩이에서 발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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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이 자유케 하리라(ARBEIT MACHT FREI)".
수용소 입구에 있는 철창에 새겨진 문구입니다. 이곳에 수용된 포로들은 하루 종일 고된 노동에 시달렸습니다. 강제적 노동에 시달린 포로들은 30~40대 임에도 불구하고 60대의 얼굴을 하고 있습니다. 쓸모가 없어지면 생체실험의 대상자가 되거나 가스실로 이동해서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이탈리아 단체관광객이 한 300명 정도 왔었는데 어딜가나 북적대고 시끄럽게 굴어서 짜증이 살짝 났었는데, 다행히 아무도 없어보이는 사진을 한장 건졌네요 ㅎ 이렇게 찍고 싶어서 계속 기다렸는데 이탈리아인들이 어디선가 계속 나타나더군요-_-
시체를 불태우던 곳입니다. 이 시체를 처리하는 화부도 사실은 포로중에서 차출되었다고 합니다. 그들도 수용소 간부들처럼 포로를 포악하게 대했습니다. 하지만 그들도 쓸모가 없어지면 샤워하러간다는 명목 하에 가스실로 이동하여 죽음을 맞이했다고 합니다. 수만명에 이르는 포로를 처리하다가 나중에는 그냥 땅에 묻어버렸죠.
그 당시 썼던 침대와 관물대 등 시설도 비교적 잘 보존이 되어 있습니다. 닭장처럼 다닥다닥 붙어있는 이곳에서 땀에 찌들어 생활했을 포로들을 생각하니 저였으면 미쳐버렸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게 미쳐서 난동을 피우거나 이상행동을 하면 조용히 가스실로 끌려갔겠죠..
시끄럽게 떠들며 돌아다니던 이탈리아 관광객 중 한 무리가 조형물 앞에서 위령제를 지내고 있었습니다. 진지해진 사람들과 음악을 들으니 저도 모르게 숙연해 졌습니다.
저 조형물 보이시죠? 이곳에서 희생된 시체들을 형상화한 조형물입니다.
이 채찍은 포로들을 다루는데 진짜 쓰였던 채찍입니다. 이 채찍에 맞아 온몸이 정말로 '터진' 사람들의 사진도 봤는데, 정말 끔찍합니다. 이렇게 때리거나 혹은 15시간동안 서있기 벌을 세운다거나, 천장에 매달아놓는 등 정말 갖가지 잔인한 방법을 통해 포로들을 통제했습니다.
독일
관람이 끝나고 남미에서 온 친구와 말을 나눴는데, 그친구가 일본과 독일은 자신의 역사를 공개하는데 있어서 180도 다르지 않느냐고 말해서 깜짝 놀랐습니다. 한국 학생들은 잘 알고 있는 사실이었지만, 한국이 어디 붙어있는지도 잘 모르는 사람들이 태반인 이곳에서, 그것도 남미사람의 입에서 이런 말을 들으니 신기했던 거죠.
저는 독일 가이드가 '우리는 이러이러한 방법으로 생체 실험을 했고, 포로들을 이렇게 이렇게 이용하였다' 라고 말하는 것을 보면서 독일인은 자신의 과거를 사실 그대로 왜곡 없이 공개하고, 그 역사의 현장들을 자유롭게 공개하고 반성한다는 사실을 재확인 했습니다. '우리는 생체실험을 했다' 가 아니라 '우리는 고압과 고온과 저온에 견디는 인체를 실험하기 위해 포로를 시설에 감금하고 고압력을 가하기도 했고, 온도를 올리기도 했고, 동사를 지켜보기도 했다' 라는 식으로 모든 것을 교육하고 알리려 했습니다. 독일에 오기 전에도 독일은 역사를 만천하에 공개하고 교육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나, 흡사 다른 나라의 부끄러운 역사를 세세히 파헤치는 것 같이 자세한 설명을 하고 있는 이 사람들이 당당해 보였습니다.한 나라의 총리가 무릎을 꿇고 사죄하는 마지막 사진은 모든 것을 한번에 말해주는 사진이네요..
일본
반대로 오히려 왜곡된 교과서를 가지고 그 죄를 덮으려고 하는 일본에서 과연 총리가 무릎을 꿇고 전세계에 사죄할 수 있을까요? 그들은 왜 잘못된 역사를 잘못된 역사 교육으로 덮으려 하고 있습니다. 일본에서 위안부 관련 시설을 만들고 전세계에서 모여드는 관광객에게 일본군이 했던 만행을 교육하는 모습은 볼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비슷한 시기에 전 세계적인 전쟁에 직접적으로 관여했고, 패전국이 된 일본과 독일의 후속 태도가 이렇게 다르다는 것을 외국학생도 알고 있었습니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 하는 태도로 일관하는 일본의 역사 교육은 분명 시작부터 잘못된 것이고, 그 시작으로 인해 지금 이렇게 격차가 벌어졌다고 생각합니다. 거짓은 거짓으로 덮고 결국 전체가 거짓덩어리가 되는 것이죠.
독일과 일본은 비슷한 점이 많은 것 같습니다. 세계대전의 패전국이고, 그걸 딛고 빠르게 성장하여 지금은 경제 대국이고, 자동차 산업이 유명한 것 등등 말이에요.. 하지만 근본적인 역사에 대한 태도는 완전히 다른 나라입니다.
어쨌든 다카우 수용소 방문은,사실을 공개하고 만천하에 사죄하는 독일의 역사교육을 몸소 체험한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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