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여행] 피터루거 스테이크.. 대실망
#들어가기 전에...
이 후기는 '굉장히' 개인적인 것으로, 수많은 피터루거의 팬, 혹은 피터루거 워너비들의 촉촉한 미디움레어 감성을 해칠 의도는 전혀 없다. 자 그럼 Here we go~~!!
뉴욕여행을 계획할 때 메인 리스트 중 하나였던 피터루거 스테이크.. 뉴욕에 도착해서 월요일날 예약했더니 수요일 오후 9시 45분이라는 애매한 시간만 예약이 가능하다고 해서 괜히 더 멋있어보였다. 게대가 맨하탄이 아닌 비교적 으슥한 브루클린에 있어서 우버택시를 타고 뉴욕의 밤거리를 달리는 색다른 경험도 할 수 있었다.
그렇게 도착한 피터루거.. 밤 시간인데도 테이블은 만석이었다. 블로그 검색을 해보면 꼭 나오는 ZAGAT 명패들.. 몇 년 연속인지는 기억이 안나는데 아무튼 대단한 기록이다. 뉴욕시민들, 관광객들에게도 사랑받는 피터루거!! 아아~~ 피터루거~~!! 네이버 검색을 해보면 과연 이런 찬사 표현들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칭찬 일색인 피터루거!!
하지만 피터루거에 대한 환상은 식전빵부터 보기좋게 깨졌다. 분명 블로그에는 '촉촉한 빵에 찐득한 양파필링이 가득~~' 이라고 써있었는데, 이건 뭐 강원도 태백 석탄공장 옆 침엽수 기둥 맛이다. 엄청 딱딱하고 눅눅하고... 먹다보면 뉴욕 여행씩이나 와서 입천장 다 벗기고 새 입천장으로 재생시킬때 쯤 한국으로 귀국할 시간을 맞을 것 같았다. 자타공인 빵돌이라서 어느정도 먹을만한 빵이면 청소기처럼 흡입해버리는 내가 퉤퉤 하고 뱉어버리고 싶을 정도라면 이건 그냥 폐급인거다. 교실 칠판 지우개 씹는 것과 비슷한 만족감을 준다고 보면 된다.
'아 이런 오묘한 맛은 처음이에요.. 스테이크의 풍미를 한껏 상승시키는 피터루거 특제소스!!! '
후....... 그냥 스!테!이!크!소!스! 맛이다. AI 소스랑 그렇게 큰 차이를 느끼지 못했다.
'스테이크보다 이게 더 맛있을 정도였어요! 강추!!'
맞는 말이긴 하다. 스테이크보다 더 맛있긴 했다. 맛은 그냥 사진을 보면 느낄 것이다. 두껍고 짠 베이컨 맛이다.
그렇게 먹다 만 빵을 한참 쳐다보며 스테이크를 기다리고 있을 때 쯤...
아름다운 피터루거 스테이크가 모습을 드러냈다. 미디움레어.. 비쥬얼 좋고.. 양 많고(Steak for two다. 여자분들은 3명이서 먹으면 적당할 듯).. 연세 지긋한 웨이터가 보기좋게 개인 접시에 담아주고 접시의 기름을 스푼으로 떠서 촥 촥 뿌려준다. 접시는 굉장히 뜨거우니 만지지 말 것!
굉장한 기대감으로 스테이크를 입에 넣었는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일단 고기는 행주맛인데 그 위에 뿌려주는 기름은 겨울이불 맛이다. 그러니까 행주와 겨울이불을 한데 섞어서 씹는 맛이다. '아니 이게 어디서 나오는 목젖 넘어오는 맛이지?' 하고 기름을 반 스푼 떠먹어 보니 10년묵은 깊이있는 양말 맛이 묵직하게 났다. 너무나도 고소해서 고기의 맛을 업그레이드시켜준다던 그 블로거들과 내 입맛이 이렇게도 다를 수 있던가... 정녕 피터루거에 실망한 사람은 나밖에 없는건가... 너무나도 혼란스러웠다.
내가 드라이에이징 스테이크의 참맛을 제대로 모르는 사람이라고 할 수도 있다. 인정...... 내가 좋아하는 을지면옥 냉면을 밍밍하다고 싫어하는 사람도 난 인정하니까... 이건 음식이니까 분명 호불호가 분명히 갈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그저 혹시 있을지 모를, 피터루거의 환상만을 가지고 지구 반대편으로 14시간을 날아가서 빅실망의 카오스에 빠질 수많은 사람들의 입에 충격완화용 범퍼 살짝 달아주겠다는 일념으로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다고 생각해주면 좋겠다.
미디움 레어임을 보여주는 분홍색 소...
최상등급 미국소의 자존심을 보여주는 우직한 힘줄. 쫀디기에 30년 단련된 코리안 이빨로는 절대 끊을 수 없어 휴지에 곱게 싸서 구석으로 밀었는데 피가 슴슴히 스며들어 굉장히 자극적인 모양새의 휴지가 되었다.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피터루거에서 제일 맛있었던 음식은 계산한 후 주는 이 동전모양 초콜릿이었다. 물론 이 초콜릿이 대단한 초콜릿은 아니다. 그냥 초콜릿이다. 그날 계산한 스테이크 값으로 이 초콜렛 한 300개 사서 까먹었으면 어땠을까 싶다.
화룡점정. 까먹을까봐, 급하게 사진으로 찍어놨다. 스테이크의 풍미를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브루클린제 특수약품을 탄 것이 아니라면 물은 100% 수돗물이다. 그것도 4,000만톤짜리 정화조와 가까운 위치에 있어 정수를 할 때 약을 과하게 섞는 어느 도시의 수돗물이 분명하다.
피터루거
이제 그만 헤어져.
스테이크를 먹고 나오는 길엔 한껏 경보선수가 되어보았다. 누군가 뒤를 쫓고있는 것만 같은 으슥한 동네... 저 앞에 보이는 지하철 불빛만을 보고 침착하게 걷는척을 했지만, 난 거의 뛰고 있었다. 이 때는 약간 긴장한 나머지 방금 먹었던 행주맛 스테이크도 잊었던 것 같다.
이 동네의 가장 번화한 풍경. 옐로우 캡을 타고 '시내 가주세요~' 하면 아마 여기 딱 내려줄 것이다.
혹시 그 날 혀에 문제가 있어 피터루거 스테이크의 참맛을 몰라본 것일 수도 있단 생각에 포장해온 스테이크. 다음날 아침 봉지를 뒤적여서 안에 내용물을 슬쩍 보니 웬 소 토막시체가 들어있다. 그냥 바로 쓰레기통으로 직행... 최상등급 미국소에게 굉장히 미안하다.
'유랑' 카테고리의 다른 글
[뉴욕 여행] 토이져러스, 레고스토어 (0) | 2016.01.03 |
---|---|
[뉴욕 여행] 브루클린 브릿지 (Brooklyn Bridge) (0) | 2016.01.03 |
[부산 여행] 감천마을 남포동 국제시장 야시장 (1) | 2015.12.20 |
[뉴욕 여행] 센트럴 파크 (Central Park) (1) | 2015.11.23 |
[뉴욕 여행]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 록펠러센터(탑오브더락) (0) | 2015.10.04 |
[일본 도쿄 여행 #7] 또다시 일상으로... (0) | 2015.01.11 |
[일본 도쿄 여행 #6] 긴자 (0) | 2015.01.10 |
[일본 도쿄 여행 #5] 지유가오카, 덴엔초후 (0) | 2015.01.04 |
[일본 도쿄 여행 #4] 아키하바라 (0) | 2014.12.28 |
[일본 도쿄 여행 #3] 아사쿠사, 도쿄도청 전망대 (0) | 2014.12.25 |
댓글
이 글 공유하기
다른 글
-
[뉴욕 여행] 센트럴 파크 (Central Park)
[뉴욕 여행] 센트럴 파크 (Central Park)
2015.11.23 -
[뉴욕 여행]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 록펠러센터(탑오브더락)
[뉴욕 여행]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 록펠러센터(탑오브더락)
2015.10.04 -
[일본 도쿄 여행 #7] 또다시 일상으로...
[일본 도쿄 여행 #7] 또다시 일상으로...
2015.01.11 -
[일본 도쿄 여행 #6] 긴자
[일본 도쿄 여행 #6] 긴자
2015.01.10